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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딛고 꿈 이룬 여성 지도자 온다 중국에 부는 박풍

절망 딛고 꿈 이룬 여성 지도자 온다 중국에 부는 박풍

Posted June. 26, 2013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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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한 상황에서 비범한 인생을 창조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자기 꿈을 이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중국 온라인 도서 판매 사이트 당당()망에서 판매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전기 절망은 희망을 창조한다에 붙은 댓글 중 일부다. 이 책은 3월 15일 중국어판이 나온 지 보름 만에 초판 1만 부가 모두 팔려 8000부를 새로 찍었다. 중국인들이 박 대통령에 대해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에 대한 호감은 여성 지도자로서 불우했던 개인사, 중국을 중시하는 외교정책 등도 한 요소다. 한국 유학 경험이 있는 회사원 왕루이줘(25) 씨는 정치인들은 짙은 색 양복을 입은 노년의 남자가 대부분인데 중국 TV에 나오는 박 대통령은 웃는 얼굴의 여성이어서 눈길을 끌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중국 온라인 도서 판매 사이트에는 박 대통령 관련 책이 다섯 권이나 번역되어 팔리고 있다. 5월 출간된 절망은 나를 단련시킨다는 이달 초 해외 정치인물 분야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시기에 출간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전기는 3위였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박근혜 팬클럽까지 생겼다. 운영자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 한국에 있는 중국인으로 보인다. 2월 8일 개설됐으며 25일 현재 6426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다. 중국에서 외국 지도자 팬클럽이 만들어진 건 매우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을 빼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정도만 팬클럽이 있지만 팔로어는 155명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의 방중이 임박하면서 중국 언론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관영 환추()시보는 25일 박 대통령이 사상 최대 규모인 71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문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한중 관계의 밀월기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또 이 신문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83%가 한중 관계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친중 매체 다궁()보는 22일 박 대통령이 방중 기간에 국빈관인 댜오위타이() 18호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다궁보는 18호실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등이 묵었던 곳으로 쭝퉁러우()로 불린다고 전했다. 역대 한국 대통령도 묵었던 만큼 사실상 특별할 것이 없지만 중국 언론이 외국 정상의 방중 일정을 사전에 세세하게 보도하는 건 이례적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앞서 20일 우연히 만난 내 인생의 등불: 동방철학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펑유란()의 중국철학사를 감명 깊게 읽었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 기사는 박 대통령이 월간에세이 2007년 5월호에 기고한 글을 기초로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중국의 정신세계를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줘 한중 간 정서적 동질성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철학사는 온라인 서점에서 한국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읽었던 책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중국 언론은 박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인연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망은 1월 박근혜의 풍부한 해외 인맥, 시진핑()과도 잘 알아라는 기사를 통해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2005년 서울에서 면담한 사실을 소개했다. 또 시 주석이 이후 박 대통령을 세 번 초청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국빈방문을 포함하면 시 주석이 사고초려()한 셈이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을 계기로 양국 국민의 간극을 좁히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통령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신화통신의 20일자 기사에는 대사관 측이 박 대통령의 과거 기고문을 중국어로 번역해 각 언론사에 일일이 전달한 수고가 숨어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핵 문제 처리에서 양국 정상의 견해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방중이 어느 때보다 성공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