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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저리가라 성한동 패션 뜬다

Posted June. 13, 201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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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대림창고는 최근 가장 뜨는 문화공간으로 꼽힌다. 40년 이상 창고로 쓰여 폐건물처럼 보이지만 패션쇼나 문화행사를 열고 싶어 하는 브랜드들이 줄을 선다. 이곳에서 이달 말 패션쇼를 여는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강남에서 여는 패션쇼는 이제 식상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이 트렌드의 중심지라는 고정관념이 점차 깨지고 있다. 청담동과 신사동을 트렌드의 중심지로 만들었던 패션과 예술,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이 하나 둘 강남권을 벗어나고 있다. 이들은 비싼 임대료에 대기업이 점령해 버린 강남을 떠나 성수동, 한남동, 동대문 일대 등 서울 강북 곳곳에 새로운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쇠퇴한 도축공장 지역이던 미트패킹 디스트릭트가 2000년대 초 유행의 중심지로 변모한 것처럼 낡은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다.

앤디앤뎁, 스티브J&요니P, 제인 송 등 국내 인기 디자이너들의 브랜드가 강북에 터를 잡았고, 강남의 클럽과 갤러리에서 열리던 패션쇼도 강북으로 넘어오고 있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인들의 움직임은 강남이어야 한다는 심리적 강남 중심주의가 깨지고 있는 조짐으로 해석된다. 마케팅업체 인디케이트 이동욱 실장은 패션 브랜드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는 속성 때문에 강남을 벗어난 새로운 지역을 원한다고 말했다.

2003년 서울 압구정동에서 성수동으로 본사를 이전한 앤디앤뎁의 윤원정 이사는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성수동은 패션산업의 생산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규모를 키우려는 디자이너가 일하기 좋은 곳이라며 남의 이목보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는 실용적인 가치관,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퍼지면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브랜드의 성격에 맞는 지역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패션의 메카로 불렸던 뉴욕 소호도 섬유공장 지대였지만 예술인들이 몰려들면서 번창했다. 그러나 관광객과 대기업이 몰려들자 젊은 트렌드 세터들은 다시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로 옮겨갔다. 비슷한 과정이 서울에서도 진행된다는 얘기다.

한남동에는 최근 2년 사이에 스티브J&요니P를 필두로 엉플래뉴, 류이케 등 디자이너들이 모인 골목이 형성됐다. 보세와 카피의 천국으로 여겨졌던 동대문은 신진 디자이너의 인큐베이터로 변신 중이다. 2008년 두타에 매장을 연 SMC의 성민철 디자이너는 5년 전만해도 동대문 디자인은 보세나 짝퉁쯤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가치를 이해하는 소비자가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도 새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40년 된 도축공장 건물이 엔터테인먼트회사 스타덤 본사로 변신한 것이다. 건축주인 가수 조PD는 처음부터 서울의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를 만들고 싶다며 디림건축사무소를 찾아왔다. 리모델링을 맡은 임영환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스토리가 있는 낡은 건물과 새로운 것이 만나면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분위기를 내고, 건축비도 낮출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서울 구도심의 변신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