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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호남의 아들을 향하여

Posted June. 01, 2013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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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안철수 의원에게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김한길 대표는 그제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424 재보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대해 취했던 태도(무공천)는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재보선을 염두에 둔 말이다.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는 안 의원에 대한 경고다. 독자세력화? 해볼 테면 해보라. 우리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투다. 그러면서 무조건 독자세력화로 가면 새누리당에서 표창장을 받을 수도 있다는 힐난성 멘트도 곁들였다.

변화는 518 33주년 이후 나타났다. 지난달 18일 광주를 찾은 안 의원은 민주당에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관성에 젖고 기득권에 물든 기성정치가 광주정신을 계승하고 새로운 꽃을 피우기보다 오로지 과실을 향유하는 데만 열중했다고 비판했다. 광주정신 계승? 과실 향유? 민주당이 표적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형성된, 적대적 공생관계에 의한 기득권 정치체제의 청산을 자신의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민주당을 청산 대상으로 지칭한 것이나 다름없다. 나흘 뒤 안 의원은 사실상 신당 창당의 전진기지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창립을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으로서도 더이상 편한 마음으로 안 의원을 대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은 그동안 안 의원을 경쟁적 동지 관계라고 규정해왔다. 지금도 그런 미련을 버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안 의원은 그런 관계 설정에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보인다. 서로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안 의원의 목표는 2017년 대권에 도전해서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다. 그때까지의 모든 정치 과정은 목표 달성을 위한 디딤돌일 뿐이다. 민주당과 손을 잡을 필요가 있으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민주당을 도우미로 활용하려면 자신의 디딤돌을 가능한 한 튼튼하게 키워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다르다. 개인보다는 당이 우선이다. 누구냐가 아니라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 대선뿐 아니라 지방선거 총선거 재보선 같은 다른 선거들도 중요하다. 좋은 성적을 거둬야 당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민주당과 안 의원의 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무슨 선거든 호남이 최전선이 될 수밖에 없다. 야권의 아성()인 호남의 민심을 얻지 않고는 뜻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안 의원도 그 점을 잘 알기에 유독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안 의원에게 호남은 비교적 공략하기도 쉽다. 다른 지역에서는 새누리당까지 상대해야 하지만 호남에서는 민주당만 제치면 된다.

민심의 흐름도 안 의원에게 불리하지 않다.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애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여론조사는 이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안 의원이 신당을 만들면 지지율이 전국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호남에서도 민주당보다 월등히 높다. 민주당 측은 가상의 조사니, 민주당이 혁신을 하면 달라질 것이라느니 애써 의미를 축소하지만 그건 민주당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작년 4월 총선에서 전북 남원-순창에 출마한 진보정의당 강동원 후보가 민주당의 3선 현역의원이자 원내대표까지 지낸 이강래 후보를 이기는 이변이 벌어졌다. 호남 유권자들도 이제 당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변화가 비단 그때뿐이었을까.

안 의원의 처가()는 호남이다. 그런 인연까지 겹쳐 그는 이미 정치적으로 호남의 사위라는 정도의 위상은 확보했다. 그러나 야권의 대표주자가 되려면 백년손님인 사위로는 부족하다. 호남의 아들이라는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은 호남 사람들에게 민주당은 고우나 미우나 자식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 자식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안 의원이 지금부터 벌이게 될 싸움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