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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성과급

Posted May. 29, 20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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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차례에 걸친 개성공단 통행 차단이 해제된 뒤 북한은 일방적으로 최저임금을 300달러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개성공단에서 50달러로 시작한 최저임금의 가이드라인은 매년 5% 인상이어서 우리 업체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이었다. 입주 기업들은 200달러까지 올려줄 용의가 있지만 대신 일한 실적만큼 봉급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조건과 함께 북한 근로자를 자유롭게 채용할 인사권을 요구했다. 일종의 성과급 제안이었고 자본주의를 시험해 보겠다는 맞불 작전이었다. 북한은 결국 300달러 요구를 철회했다. 현재 개성공단의 평균 임금은 130달러 정도다.

북한에서의 성과급 실험은 초코파이 효과로 성공을 거뒀다. 현금으로 야근이나 잔업수당을 지급할 수 없어 하루에 초코파이 6개를 지급하자 북한 근로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돈이나 다름없는 초코파이 효과였다. 초코파이는 북한의 장마당(사설 시장)에서 제일 잘 팔리는 최고 인기 상품이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초코파이의 성공을 전하며 전설적 지위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자본주의적 요소가 체제 속으로 침투하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던 북한이 공장과 기업소 스스로 노동자 임금을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를 4월부터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가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탓에 지금까지 개별 노동자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규정 임금 이상을 받을 수 없었던 것에 비하면 혁명적인 변화다.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올해 4월 내각총리로 복귀한 박봉주(74)다. 2002년 배급제도 개혁, 공장기업소 책임경영 강화를 골자로 하는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주도했으나 물자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지고 2007년 물러났던 인물이다. 박봉주는 11년 전 실패의 근본 원인이 시장경제의 원리를 인정하지 않고 개혁의 흉내만 낸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차수 계급장도 눈 깜짝 않고 떼버리는 김정은 앞에서 바보야, 문제는 개혁개방의 확고한 의지야!라고 말할 용기를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하 태 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