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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식사 한번 야당에 먼저 손 내밀다

오바마 식사 한번 야당에 먼저 손 내밀다

Posted March. 08, 2013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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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 예산 자동감축(시퀘스터)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 중인 미국 정치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전국을 돌며 시퀘스터 책임을 의회 공화당에 돌리는 대국민 설득 전략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같은 장외 여론전이 오히려 국민 불안만 가중시킨다는 비난이 높아지자 장내로 돌아와 본격적인 협상 모드에 돌입한 것.

오바마 대통령은 6일 저녁(현지시간) 공화당 상원의원 12명을 백악관 인근 제퍼슨 호텔로 초대해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탐 코번, 론 존슨 등 공화당의 온건파와 강경파 의원들이 두루 참석했다.

이날 워싱턴을 강타한 눈폭풍을 뚫고 참석한 의원들은 매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 왜 이런 자리가 더 빨리 마련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시퀘스터 해결을 위한 그랜드 바겐(대타협)이 가능할 것 같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백악관도 회동 후 의원들과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교환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주에도 공화당 상하원 행사에 참석해 화해 노력을 펼칠 계획이다. 13일에는 하원 코커스 오찬, 14일에는 상원 정책 오찬에 잇달아 참석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데니스 맥도너 비서실장을 통해 먼저 참석 요청을 했고, 존 베이너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6일 일제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2010년 5월 이후 3년 여만에 처음이다. 2009년 1기 집권 초기 의료보험 개혁법안 통과 때부터 공화당과 사이가 벌어진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과는 대화가 안 되니 어울릴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자주 말해 외로운 늑대(lone wolf)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에 따른 자신감으로 공화당과의 대치 국면은 더욱 악화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만찬 회동 전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 걸어 꼭 참석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을 정도로 많은 공을 들였다. 대립 정도가 더 심한 하원보다 그래도 비교적 얘기가 통하는 상원 의원들과 먼저 만나 화해의 물꼬를 튼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화해 모드로 돌아선 것은 시퀘스터 갈등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53%였던 지지율은 시퀘스터 발동 후인 3일 46%로 떨어졌다.

또 오바마 행정부가 공화당을 압박하기 위해 시퀘스터 후폭풍울 과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나올 정도로 여론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총기규제, 이민개혁 등의 정책이 공화당의 협조가 없으면 의회 통과가 힘든 상황에서 더 이상 비타협적 태도로 나가서는 이룰 것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대선 패배 후 분열 상태인 공화당도 오바마 대통령과 끝까지 대결해봤자 얻을 것이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정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 오바마 대통령의 소통 정치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좋은 평이 나오고 있다.

그레이엄 의원은 대통령과 의회는 이제 선거 대결 분위기를 접고 국가통치 모드로 전환해야 할 때라며 만약 정치권이 대화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결국 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