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비서실장은 책임장관 존중하는 소통 창구 돼야

[사설] 비서실장은 책임장관 존중하는 소통 창구 돼야

Posted February. 19, 2013 03:11   

中文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보좌하면서 사실상 국정의 컨트롤타워인 비서실 전체를 꾸려가야 한다.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는 친박(친박근혜) 핵심으로 상당 기간 박 당선인과 호흡을 맞췄으며 3선 의원 출신으로 정치권과 소통이 잘 되고 무게감이 있는 정무형이다. 그는 앞으로 대통령의 인사를 총괄적으로 도와야 할 인사위원장 자리도 겸해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보다 역할이 커졌다. 허 내정자는 대통령과 내각, 정치권, 국민과의 소통에 각별히 신경 써야 대통령의 귀에 거슬리는 쓴 소리도 과감하게 전해야 한다.

그의 동생이 작년 411총선 때 5억 원의 공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구설에 올랐던 것은 흠이다. 허 내정자는 다른 참모들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라도 주변 관리를 더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내각 인선이 관료 출신을 다수 발탁해 전문성과 안정성에 중점을 두었다면 청와대 참모진 인선은 친정 체제의 구축에 초점을 맞추었다. 국무총리를 포함한 장관 후보자 18명 가운데 12명이 관료 또는 준관료 출신인데 반해 청와대 참모진은 6명 가운데 4명이 친박이거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다. 박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제를 보장하면서도 큰 그림의 국정은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고 가겠다는 포석이다.

일각에서는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들과 청와대 참모 내정자들의 면면을 비교해 볼 때 청와대가 내각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비서실은 말 그대로 대통령의 참모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비서실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크거나 내각의 행정이나 인사에 개입하면 내각이 유명무실화되면서 국정이 한쪽으로 쏠리는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비서실이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비서실장이 중심을 잡아야 하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 당선인은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역할 분담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어줘야 할 것이다.

비서실장 등 청와대 6개 핵심 직책에 대한 인선에도 불구하고 3실장 9수석 체계의 청와대 참모진 가운데 절반의 자리만 채웠다.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아닌 청와대 참모 인선이 늦어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 비서실이 팀워크를 갖춰 정상적으로 보좌 기능을 발휘하려면 나머지 6개 수석비서관과 비서관, 행정관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 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이 불과 6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정부 조각의 지연으로 새 정부의 정상 출범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여기에 청와대 비서실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임기 초 국정이 혼선을 부를 수도 있다. 박 당선인이 준비 된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비서실 인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