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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손톱밑 가시 외면, 반성합니다

Posted January. 19, 2013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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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사장, 떡집 주인, 목욕탕 주인. 그동안 고객과 가게 주인의 관계로 수십 번 만났던 이들이다. 그러나 나눈 대화는 이거 얼마예요?와 고맙습니다 정도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하물며 그들의 어려움을 몇 시간씩 들었던 적은 없다.

동아일보와 중소기업 옴부즈만실은 12일부터 일주일 동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괴롭히는 손톱 밑 가시들을 찾아 생생하게 현장을 보도했다. 그 덕에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로부터 상도 받았다. 그러나 동아일보 산업부를 대표해 시상식에 참석한 기자는 솔직히 부끄러웠다. 지금까지 왜 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외면했던 걸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돌이켜보건대 이런저런 소상공인단체가 성명서를 내면 그냥 훑어보고 얘기 안 되네라며 넘겼던 적이 많았다. 피켓 시위, 집단 휴업 등 집단행동을 하면 그나마 좀더 관심을 기울이는 정도였다.

변명거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들의 주장은 대개 우리 업종을 보호해 달라거나 지원금을 달라는 것이었다. 왜 법과 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꿔야 하는지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떼를 쓰는 것처럼 들렸고 밥그릇 싸움처럼 비쳤다.

어떤 규제가 왜 필요한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전문가는 많다. 규제를 만든 행정부처는 예외를 두기 싫어한다. 자칫하면 특혜 논란이 나올 수도 있고 예외가 많아지면 규제의 틀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런 공무원과 전문가집단을 상대로 논리 싸움을 하려면 상대를 압도하는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데 소상공인에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소상공인의 주장은 얼핏 비논리적이거나 현실성이 없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서울 성동구 응봉동의 한 빌딩 지하 PC방에서 사장의 이야기를 한 시간 넘게 듣는 동안 지금까지의 태도가 잘못이었음을 깨달았다. PC방 관련 규제가 지닌 비논리성 비현실성이 느껴졌다. 차분히 들어보니 PC방 사장의 말에는 조리가 있었다.

보도하지 못한 손톱 밑 가시도 많았다. 딱 떨어지는 케이스인데 당사자가 극구 취재를 거부하기도 했고, 당사자의 어려움은 십분 이해하지만 규제의 필요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사례도, 이미 보도된 사안이어서 기사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었다.

최근 만난 중소기업 관련 기관의 고위 인사는 중소기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을 애정으로 대하고 이들의 손톱 밑에서 가시를 뽑는 데 일조할 기사를 꾸준히 쓸 것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