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민주당 비대위, 당 차원의 반성문부터 써야

[사설] 민주당 비대위, 당 차원의 반성문부터 써야

Posted January. 10, 2013 03:01   

中文

대선 패배 후 진로를 놓고 고심하는 민주통합당이 5선의 문희상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비대위원장은 정식 당 대표를 뽑을 전당대회까지의 한시적인 자리지만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쪽에 맡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문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밑에서 비서실장을 지냈지만 이번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친노로 분류되지는 않는 정치인이다. 비대위가 흔들리는 당을 추스르고 정체성 위기에 빠진 민주통합당을 정통 야당으로 다시 세우자면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이유부터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10년 집권한 경험이 있고 지난해 총선에서 127석을 얻었고 대선에선 48% 지지를 받은 제1야당이다.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야권연대에만 매몰돼 스스로 거대 야당의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과거 새정치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은 중도개혁을 표방하고 중도층을 껴안아 외연을 넓혔다. 새누리당은 이번 대선에서 과거 민주당에 몸담았던 한광옥 한화갑 김경재 전 의원을 끌어들이고 유신독재 정권의 피해자들의 지지까지 받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은 친노의 고질적인 편가르기 언론관과 역사인식으로 외연 확대는커녕 뺄셈의 정치를 했다. 민주통합당은 노 전 대통령의 치적인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해선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분열주의와 편 가르기라는 유산은 답습하는 과오를 저질렀다.

야권후보 단일화만 승리한다는 공식도 대선에서 처참하게 무너졌다. 자력갱생()하지 못하고 선거 때만 되면 구원투수가 나타나기만 고대하는 정당으로는 희망이 없다. 민주통합당은 단일화를 위해 종복좌파 세력과의 연대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과는 중도 세력의 외면이었다. 부산 출신의 문재인 후보를 내세워 지역구도의 정치공학에 매몰된 것도 반성할 대목이다. 영남 후보로 호남 표를 싹쓸이하겠다는 프레임은 오히려 충청 강원 등 다른 지역의 반감()을 불렀다. 당 일각에서는 정체성과 노선은 물론 당명과 당 색깔, 심지어 당사도 바꿔야 한다. 다 바꿔야 산다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당명과 당색깔 같은 허울만 바꾼다고 당의 활력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책임있는 야당, 합리적인 진보세력으로 거듭나야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비대위는 철저한 자기 반성문을 담은 2012년 대선 백서를 만들어 무엇이 부족한지를 성찰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선 패배의 원인을 겸허한 자세로 분석해 수권() 역량을 갖춘 정당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아야 민주당에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