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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직장인의 명상

Posted November. 17, 2012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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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경찰에게 가족이 몰살당한 소녀와 고독한 킬러 사이의 사랑을 그린 영화 레옹의 주제곡은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Shape of my heart)다. 그는 카드를 명상하듯 다루네/그는 돈을 벌려고 카드 하는 게 아니야/명성을 위해서도 아니지/그는 해답을 찾기 위해 카드를 한다네. 이 노래를 작곡한 영국 팝가수 스팅은 실제로 명상에 푹 빠져 있다. 서양에서 명상 붐은 사람들이 물질의 한계를 느끼고 정신적 위안을 갈구하는 데서 시작됐다. 기도 묵언수행 단전호흡 등을 통해 이뤄지는 명상은 심신을 이완시켜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의 평화를 이끌어낸다.

명상이 갖는 탁월한 효과는 현대 의학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사라 라자 박사가 오랫동안 명상을 해온 사람들의 대뇌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한 결과 대뇌피질이 보통 사람보다 두꺼운 사실을 확인했다. 대뇌피질이 발달하면 감정 조절 기능이 향상된다. 명상 상태에서는 인간의 뇌파가 평소의 베타파 상태에서 알파파 상태로 바뀐다. 이 상태에서 사람들은 창의력과 집중력이 극대화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젊은 시절에 동양의 선()에 깊이 빠져 선의 발상지인 인도를 여행했다. 아이폰의 극도로 단순하고 절제된 디자인은 선에서 영향을 받아 탄생됐다. 명상과 거리가 멀 것 같은 인터넷기업 구글은 2007년 감정지능 개발 명상프로그램을 개발해 1000여 명의 임직원에게 불교 명상 수행법의 하나인 마음 챙김(mindfulness)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 직원들은 명상을 하고 나서 자신감과 업무능력이 향상됐다고 만족해하고 있다.

명상은 기본적으로 마음과 욕심을 비우는 일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므로 명상과는 어울리지 않을 법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직원들에게 명상을 적극 권장하는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명상이 회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말한다. 삼성그룹은 자체 개발한 명상프로그램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기업처럼 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심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구성원들의 내면세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 기업이 임직원의 명상까지 챙겨야 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직원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기업의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