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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사저특검 수용하라 MB 압박 가세

Posted October. 05, 201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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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민주통합당에서 추천한 내곡동 사저 터 특검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재추천하라고 요구하면서 대선 정국이 돌연 특검 이슈에 휘감기고 있다.

범야권 대선후보들도 일제히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는 4일 5일까지 특검을 임명하지 않으면 대통령으로서 특검법을 위반하는 것이자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진성준 캠프 대변인이 전했다. 정치 현안에 말을 아껴오던 안철수 대선후보도 이날 광주 방문 도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통령도 (특검법을 의결한) 국회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도 날카롭게 격돌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추천한 특검 후보에 대해 대선용 정치 특검 코드 특검이라고 비난했고, 민주당은 5일까지 즉각 특검을 임명하라고 이 대통령을 압박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은 협의가 원만히 되지 않을 때 날치기라고 반발해온 만큼 국회 선진화 취지에서라도 원만한 협의 끝에 특검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진행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일방적 특검 후보 추천 소동은 전적으로 민주당 책임이라고 못 받은 뒤 특검을 선거용으로 전락시킨 추석 연휴 대소동에 대해 민주당은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청와대의 요구로 민주당이) 참 해괴망측한 일을 당하고 있다며 특검 자체도 새누리당이 먼저 제안했고 특검 후보 추천권도 민주당이 행사하기로 두 차례 협상에서 합의를 봤다고 잘라 말했다.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청와대가 특검 후보를 거부하는 실제 이유는 특검 후보가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진보적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날 특검 재추천 요구로 국회로 공을 넘겼다고 보는 청와대는 이날 정치권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통령도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민주당이 추천한 김형태 이광범 변호사 중 한 명을 선택할지, 아니면 특검법 위반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민주당 주도 특검 정국의 문제점을 알릴 것인지 고민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특검법 수용 때처럼 이 대통령이 결국 최종 판단할 수밖에 없다. 5일 늦게까지 고민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특검법 논의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합의한 여야 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특검 임명을 거부하기는 어려운 만큼 결국 재야 활동을 많이 한 김 변호사보다 상대적으로 이 변호사에게 무게가 쏠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누리당 일각에서 여야 협의 부재를 문제 삼아 특검을 거부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인 데 대해 잘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이제 와서 절차상 문제로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잘못됐다. (내곡동 사저 터 문제에) 당당하다면 그때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어야 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승헌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