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가 19일 대통령선거 출마 회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게 정책선거 약속을 위한 3자 회동을 제의한 데 이어 21일에는 추석 전에 만나 국민들께 추석 선물을 주자고 회동 시한()까지 제시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만나는 것은 기회가 되면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고 했고, 문 후보는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후보들이 만나 국민 앞에서 정책선거를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후발 주자인 안 후보가 1년간이나 뜸들이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그런 제의를 한 것은 3자 회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나아가 자신이 정책선거를 주도하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구체적 정책을 내놓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정책선거를 약속하는 것이 국민의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추석 선물이 될 성 싶지는 않다.
추석은 가족과 친인척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상 머리에서 세상사()를 이야기하고 민심을 형성하는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추석 민심은 대선의 1차 승부처로 꼽힌다. 이명박 예비후보는 2006년 추석 이후 박근혜 예비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두 자리 숫자로 벌여 결국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따냈다. 전문가들은 올해 대선은 여야간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기 때문에 누가 추석 민심을 잡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전망한다. 각 후보 처지에서 되도록이면 좋은 의미의 화제 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다. 국민은 세 후보를 놓고 앞으로 5년간 국민의 삶과 국가의 운명을 맡을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판단 재료가 충분하지 못하다.
국가지도자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론 후보 본인의 도덕성과 자질, 국정 운영 능력이다. 후보가 과연 누구와 더불어, 그리고 어떤 비전과 정책으로 국가를 이끌 것이냐 하는 점도 중요하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정당 후보여서 대강 짐작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 후보는 밑그림부터 내놓아야 할 판이다.
세 후보가 진정 국민에게 추석 선물을 주고 싶다면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 보따리를 풀어야 할 것이다. 누구와 함께,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지 가늠할 수 있는 선거대책위의 면면과 정책의 구체적 내용물을 제시해야 한다. 보여 주기성 이벤트나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며 얘기를 들어주고 위로하는 감성 행보는 대선의 본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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