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이뻐해 주어서/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된 초등학교 2학년생의 시 아빠는 왜는 우리 사회의 아빠들을 슬프게 했다.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만원 지하철에서 부대끼며 매일처럼 출근해 가족을 위해 열심히 돈 벌어다 주던 아버지들로서는 억울한 생각도 들 것이다. 어쩌다 강아지나 냉장고보다 못한 신세가 됐단 말인가.
자녀에게는 역할모델로서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남자어른)도 중요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국사회에서는 자녀양육에서 아버지를 배제하는 분위기가 당연시되고 있다. 자녀의 성적이 떨어지면 남편은 집에서 뭐하느라 애 성적이 이 모양이냐고 아내를 다그친다.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는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고전처럼 돼버렸다. 아버지의 무관심이 경쟁력이란 말은 엄마의 불안감을 이용해 먹고사는 사교육업체들이 만들어낸 거짓 신화()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자녀양육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온 가정일수록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높고 성공할 인생을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현상은 미국과 영국의 여러 연구결과로 확인됐다. 아버지가 양육에 참여한 아이들은 스트레스와 실패를 견디는 힘이 더 컸고 자신과 상황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났으며 문제해결력이 훨씬 우수했다. 캘리포니아대 교수인 로스 D. 파크 교수는 이를 아버지 효과(Father effects)라고 불렀다.
한국사회의 문제는 아버지 노릇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밥 먹듯 잦은 야근에 회식이다 동창회다 각종 모임의 연속이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헤매는 이들도 많다. 파크 교수는 놀이 게임 대화 등 아버지 수업을 받은 이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녀들로부터 상호작용이나 반응을 훨씬 잘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20일 행복한학부모재단 주최로 아버지를 대상으로 한 제1회 퇴근후 아버지 학교 가 열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아버지도 아버지 역할을 배워야 하는 세상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