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담은 호소력 짙은 목소리, 정확한 발음, 호감도의 극대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시종 미소를 잃지 않으며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피겨 여왕 김연아(21고려대사진). 스케이팅 실력만큼이나 완벽했다는 찬사를 받은 김연아의 프레젠테이션 당시 목소리는 어땠을까. 음성분석 전문가인 충북도립대 생체신호분석실 조동욱 교수(53전자통신 전공)의 분석 결과 아나운서 못지않게 안정적인 빼어난 실력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조 교수는 김연아의 프레젠테이션 전체 2분 50초 분량 중 1분 40초 분량을 전후반으로 나눠 음성분석기로 분석했다. 8명의 프레젠터 가운데 5번째로 연단에 오른 김연아의 음성피치(pitch초당 성대의 떨림)는 초반에 238Hz에서 후반에 257Hz로 올라갔다. 감정 변화를 자연스럽게 목소리에 실었기 때문에 피치가 변화한 것이라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또 발음의 안정도를 측정하는 무성음 비율은 평균 32%였다. 조 교수는 김연아 프레젠테이션의 무성음 비율은 실력 있는 아나운서의 평균치(3035%)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발음의 정확성을 보여주는 지터(Jitter성대 진동 변화율)와 짐머(shimmer진폭 규칙성)는 각각 2.1%와 1dB로 일반인 평균(각각 2.63.0%, 1.5dB)보다 낮아 뛰어난 수준으로 분석됐다. 조 교수는 김연아는 감정이 적절히 섞이면서도 높은 안정도와 정확한 발음으로 호소력과 호감도를 극대화시켰다며 이는 30% 정도의 타고난 재능과 70% 정도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김연아와 함께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의 목소리도 분석했다. 그는 나 대변인은 음성 피치값의 변화가 거의 없고(237Hz238Hz) 안정도도 35%나 됐다며 특히 짐머 수치는 아나운서들의 평균(1.01.2dB)보다 낮은 0.9dB로 매우 뛰어났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나 대변인은 감정이입이 없는 냉정한 승부사 기질에다 호소력까지 갖춘 최상급 프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생체신호(인체가 몸이나 감정 상태를 얼굴이나 음성 등을 통해 보여주는 것)를 이용해 인체 오장()의 질병이나 성격, 감정 등을 분석하는 생체신호분석 전문가. 지금까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가수 조용필 씨,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의 건강과 심리상태를 생체신호로 분석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장기우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