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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협력사 180곳에 부품 50% 의존 제2, 제3의 유성기업 파업땐

현대차 협력사 180곳에 부품 50% 의존 제2, 제3의 유성기업 파업땐

Posted May. 24, 2011 06:59   

경주와 아산에 국내 공장을 두고 있는 다스라는 자동차 시트 전문 업체가 만약에 갑자기 자동차 시트를 만들지 못하게 되면 현대자동차는 절반이 넘는 생산 라인이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자동차 시트는 크기가 커서 수입으로 대체하기도 어렵다. 브레이크 드럼 등을 만드는 명화공업과 부산주공도 현대차 납품 물량이 절대적이다.

피스톤 링을 만드는 유성기업의 파업이 이달 말까지 계속되면 국내 5개 완성차업체의 생산 차질은 5만 대, 피해 규모는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가운데 제2 또는 제3의 유성기업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만5000개에 이르는 부품 중 하나만 없어도 생산이 안 되는 자동차 업계의 특성 상 작은 부품 하나가 연간 매출 81조 원에 이르는 국내 자동차업체 전체를 뒤흔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하루아침에 대체 기업 찾을 수 없어 고민에 빠져있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1차 협력업체 890여개 중 20% 안팎이 현대차 물량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 중 한 곳에서 생산이 중단되면 절반 이상의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셈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한 부품을 여러 기업에서 나눠서 납품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아 오히려 원가만 올라가게 된다며 스파크 플러그의 경우 납품하는 곳이 국내에 2곳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특정 업체의 부품 독점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3월 동일본 대지진 직후 세계 자동차 업계는 광택 도료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독일 머크에서 독점공급하는 시라릭은 차량 도색 중 광택을 내는 페인트 안료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물질이다. 그러나 시라릭 생산 공장이 일본에 있어 동일본 대지진으로 생산에 차질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했을 때도 BMW와 아우디, 닛산, 혼다 등 일부 자동차회사들은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이러한 부품 공급의 문제의 해법은 부품 공급 다변화지만 이 또한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자동차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공급선 다변화가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공급선 다변화와 품질 관리 사이의 딜레마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품질관리를 위해서는 소수의 검증된 협력업체와 거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며 그런데 문제는 이번처럼 검증된 협력업체가 천재지변, 혹은 다른 이유로 흔들릴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품질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정한 현대차의 경우 부품업체들의 품질관리에 더욱 엄격했고, 그 결과 특정 업체의 부품 공급 독점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 대체 부품을 사용할 경우 차량 최적화에 문제가 생긴다는 어려움도 있다. 최근 들어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들은 차량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상 유성기업의 정상 조업을 제외하고는 이번 사태의 단기적인 해법이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정부와 경제단체들은 이번 사태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23일 유성기업 노조에 대해 1인당 연봉이 7000만 원이 넘는 회사의 불법파업을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정부가 즉각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상준 김상운 alwaysj@donga.com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