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 [사설] 이대통령, 안보태세 쇄신에 명운 걸 때다

. [사설] 이대통령, 안보태세 쇄신에 명운 걸 때다

Posted December. 04, 2010 09:03   

中文

연평도 사태는 우리 국민의 대북() 경각심과 안보의식을 크게 높였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임을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세력들이 그 진상에 대해 정보를 왜곡해 상당수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안보전문가들은 길게 볼 때 연평도 피격이 안보에 양약()이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10여 일간 청와대, 군, 국가정보원이 보여준 지리멸렬한 모습은 많은 국민에게 실망감을 넘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들 책임주체들이 과연 환골탈태()해 국가와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지 확신을 심지 못하고 있다. 평소 상임위원회 활동이나 국정감사를 통해 국가 안보태세를 제대로 점검해 보강토록 해야 할 국회의원들도 일이 터진 뒤에야 국방장관을 붙들어 놓고 사후 수습을 방해하는 형국이다. 국회가 국방예산안의 적정성이나 군비증강 예산의 합리적 배분 여부를 제대로 심의해왔더라면 안보상황이 지금처럼 참담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평도 사태는 우리 안보의 고질적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도발 징후에 대한 정보수집과 판단 및 활용능력에서부터 도발 직후 일선 부대의 대응, 합참 및 청와대 참모와 대통령의 대북 전략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핵심을 찌르지 못했다.

확전은 막아야 한다는 초기 청와대 발표가 군 작전에 미친 혼선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볼 수 없다. 결국 국방부장관 경질로 일단락됐지만 이는 대통령과 군의 상호 불신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명박 대통령의 군에 대한 불신이 극명하게 나타난 최근 사례로 올해 928서울수복 및 국군의 날 기념식 때의 대통령 연설이 꼽힌다. 광화문 광장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군대다운 군대를 강력히 주문했다. 일반인은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는 이 연설에 대해 상당수 현역 및 예비역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많은 625참전국 정부 대표와 주한 외교사절이 참석한 자리에서 군을 비판한 것은 군에 대한 대통령의 깊은 불신을 나타낸 것이라는 주장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의 연평도 도발 징후를 8월에 감청을 통해 알았다는 국회발언은 상식 이하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국정원은 그 정보를 어떻게 판단했으며, 판단결과를 청와대 및 군과 어떻게 공유하고 어떤 대책을 요구했는지 불분명하다. 평소 흔히 있는 첩보 수준 정도로 판단했다면 국회에서 왜 굳이 공개했는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 감청 사실을 비롯해 그 내용이 첩보단계든 정보단계든, 유선 감청이든 무선 감청이든 공개하지 않았어야 옳다.

천안함 때도 그랬지만 연평도 피격 직후에도 대통령과 안보관계 장관들의 청와대 지하벙커 회의 모습이 TV에 실시간 공개됐다. 연평도 피격현장도 시시각각 TV에 생중계됐다. 김정일 집단은 남한 TV만 보고도 장시간 많은 비용을 들여야 손에 넣을 수 있는 생생한 정보를 거저 가져갔다. 그들이 쏜 방사포의 탄착지점 확인은 다음 도발을 위한 귀중한 정보가 될 것이다. 이게 준()전시상태에 놓여있는 대한민국의 안이한 오늘 모습이다.

남한 인구는 북한의 2배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18배, 무역총액은 200배, 수출은 340배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으로도 북의 도발에 번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꼴을 보고 국민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면 그게 비정상이다. 그동안 무기체계나 성능 면에서 북을 능가한다고 큰 소리쳐온 군에 대한 배신감이 국민의 분노를 더욱 치솟게 만든다. 이 대통령이 우리 군과 청와대, 국정원 등의 안보태세를 쇄신해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에 명운을 걸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