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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뒤에 숨지만 말라 대북관계 선택의 기로에

중, 뒤에 숨지만 말라 대북관계 선택의 기로에

Posted November. 25, 2010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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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홍콩 중동 등 세계 여론은 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중국의 역할을 24일 일제히 주문하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 관영 매체는 북한의 주장을 먼저 보도하면서 남북간 교전 측면을 강조하는 등 세계 여론에 역행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홍콩 밍()보는 북한의 존재는 중국에 겉보기에 이로워 보이지만 결국은 부담이므로 더 말리기 전에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요행을 보고 모두가 다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단을 일으키는 정권이 얼마나 존재하겠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이제 피로 맺어진 우정과 국가와 국민의 운명 사이에 선택할 시점에 섰다고 밍보는 목소리를 높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북한의 남한 포격에 중국이 유탄을 맞았다고 이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유엔의 중국 외교관들은 천안함 폭침 사건 때보다 이번이 더 힘들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초기 국제적 관심은 한국의 반격에 쏠렸지만, 이제 세계는 평양의 유일한 형제이자 전략적 동지인 베이징을 의심의 눈초리로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SCMP는 으르렁거리는 개는 낯선 사람을 잘 쫓아내지만 주인도 잘 문다고 꼬집었다.

펑황()위성TV 정하오() 평론위원은 이번 일은 다른 주변국보다 중국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북한은 올해 고위층 교류가 잦았고 최근 인민해방군 한국전쟁 참전 60주년 기념식에 중국군 최고 군사지도자가 참가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과시했지만 북한은 중국의 국제적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군사행동을 벌였다는 것. 중국은 아주 난처하고 아주 곤란한 상황이라고 정 위원은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 도발을 중국이 이해하도록 설득하지 못하면 황당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이번 도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세계 관심의 핵심 포인트라고 이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북한의 최근 공포극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은 북한을 비난하지 않은 채 실패한 6자회담의 재개만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이런 상황 뒤에 숨지 말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도 23일 성마른 이웃을 둔 중국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이번 도발은 중국내 비판 세력의 입지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국인 전문가를 인용해 공산당과 인민, 심지어 군부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북한의 악당 같은 정치에 염증을 내며 지쳐가고 있다면서 전략적으로 중국이 북한에 납치된 상태라고 전했다.

유럽 주요 언론 역시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동의 아랍에미리트 신문들은 북한의 도발을 일제히 1면에 다루면서 북한의 군사적 모험을 자제시킬 힘을 가진 중국이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의 물타기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번 사건을 북한의 도발 관점이 아닌 남북한 교전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남북한 모두에 책임이 있다는 식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사건 발생 초기 북한의 포격으로 한국 측 2명 사망 등의 제목으로 속보를 전하다 남북한, 서부해역서 교전 발생 등으로 수정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중국중앙(CC)TV, 반관영 중국신문사 등도 모두 비슷하게 논조를 바꿨다. CCTV와 런민라디오 등 대표 매체들은 남한의 공격에 대한 북한의 반격이라는 북측 주장을 먼저 소개한 뒤 이어 한국 측의 주장과 피해상황을 전하고, 중국 외교부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갔다.



이헌진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