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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재래시장 상품권

Posted September. 20, 201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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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마켓홀이라는 대형 주상복합건물이 2014년 완공 예정이다. 대형마트와 결합한 국내 주상복합아파트와 달리 전통의 향기가 나는 재래시장을 품은 아파트다. 역()U자의 터널형 건물이 도심에 들어서면 인기 관광지가 될 듯하다. 서울 중랑구 망우본동의 우림시장은 무료주차장과 쇼핑카트를 갖추고 구입물품을 고객 집으로 배달해준다. 연말에는 주민과 상인이 뮤지컬 공연에 함께 나선다. 우림시장이 옛날 경기 강원에서 서울 마장동에 소 팔러 가던 상인과 농부들이 하루 쉬어가던 주막거리였음을 누가 짐작이나 할까.

국내 재래시장은 지난 수년간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밀리고 경기불황의 타격을 가장 먼저 받아 쇠퇴 일로였다. 올해 추석에는 작년보다 활기가 있지만 고가 선물세트가 동이 나는 백화점과는 비교가 안 된다.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려면 고객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게 첫째 과제다. 고객의 불만사항인 주차장 화장실 반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시설현대화와 공동마케팅은 필수이고 역사 문화 관광 등의 테마를 살리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재래시장의 고객 유치를 돕기 위해 상품권이 활용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계열사 노사는 전국 807곳의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 39억 원어치를 샀다. 한전 노조가 재래시장 돕기에 나서자 회사 측이 동참했다고 한다. 한화그룹도 70억 원어치를 구입해 임직원에게 추석 차례비로 나눠줬다. 지난해 7월 처음 선보인 온누리 상품권은 올해 추석에는 200억 원어치가 팔릴 것으로 보인다. 작년 추석(68억 원)과 올해 설(130억 원)의 판매액을 크게 뛰어넘는 액수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사랑 상품권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충북 괴산군은 1996년부터 지금까지 130억 원어치, 경북 고령군은 1999년부터 50억 원어치를 발행해 지역시장을 지원했다. 초기에는 월급 일부를 상품권으로 받은 공무원 위주였으나 점차 기업과 일반 주민까지 참여하게 됐다. 그러나 재래시장 상품권으로 마땅히 살 만한 게 없다는 사람이 아직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재래시장 상품권이 관심과 인기를 더 얻으려면 그 상품권으로 언제나 살 수 있는 질 좋은 물건이 가까운 재래시장에 많아야 한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