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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위조여권에 공항이 뚫리면

Posted March. 02, 201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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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에 위조 여권으로 출국 또는 입국하다가 적발된 외국인은 1년 평균 2154명에 이른다. 무사통과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니, 실제 숫자는 더 많다고 봐야 한다. 지난달 구속된 한 파키스탄인은 자기 얼굴사진을 붙인 형 이름 여권으로 무려 17차례나 한국에 드나들었다. 경찰은 국내에 탈레반 조직을 만들려고 한다는 첩보가 있어 그를 검거했다가 그가 형 이름의 위명()여권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위조여권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탈북자들이다. 여권 자체가 없는 탈북자들이 중국을 빠져나와 한국으로 오려면 중국 여권이 필수다. 중국에는 자기 여권을 파는 사람도 있다. 여권 브로커들은 중국인 여권에 탈북자 사진을 붙여 중국인인 것처럼 꾸며 한국으로 보내고 이들의 자녀를 인질로 붙잡아 둔다. 한국행 비행기를 탄 탈북자는 우리 공항에서 탈북자임을 당국에 신고한다. 이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부로부터 정착금을 받는다. 탈북자는 이 돈의 일부를 브로커에 보낸다. 브로커는 같은 방법으로 탈북자 자녀를 한국으로 보내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장사를 한다.

강경 팔레스타인 조직인 하마스는 2008년 12월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탄 공격을 퍼부었다. 올해 1월 하마스의 한 간부가 두바이의 한 호텔에서 암살되자 이스라엘의 모사드에게 의심의 눈총이 집중됐다. 호텔 CCTV 등에 잡힌 암살 용의자들은 유럽인 명의의 가짜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바이 공항에선 외국인 입국자의 지문과 사진을 찍지 않는다. 출입국 관리에 중대한 허점을 노출한 두바이는 이스라엘 총리와 모사드 국장을 살인죄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한국은 올해 7월 아프간에 지방재건단과 이들을 보호할 군대를 재파병한다. 11월에는 절반이 아프간 파병국가인 G20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한다. 한국을 노린 테러 세력이 몰래 입국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도 미국 일본과 같이 공항이나 항구에서 외국인들의 지문과 얼굴 사진을 찍어 관리하도록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국에 출입국하는 과정에서 위조여권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가장 큰 인권보호 중 하나가 바로 테러방지이다.

이 정 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