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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대 일자리 학원 강사

Posted February. 16, 201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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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스기나미 구()의 와다중학교는 2008년 명문고 입시() 전문학원 사픽스 강사들을 초청해 학생들에게 과외수업을 하는 파격적 시도를 했다. 사픽스 강사들은 정규 학교수업이 없는 평일 저녁과 토요일 오전을 이용해 영어 수학 일본어 입시 수업과 선행학습을 진행했다. 명문학원 강사를 활용한 와다중의 실험은 학생과 학부모,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일본 사회는 2006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일본 고교생들의 학력이 추락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학력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일본도 다른 선진국보다는 사교육과 입시학원이 많지만 한국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욕구가 높은 데다 평준화 정책의 후유증과 공교육의 낮은 경쟁력까지 겹쳐 학원산업이 유난히 번창하고 있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도 경제적 요인 외에 학원 변수의 영향이 컸다. 학업과 인간적 고민을 상담하는 상대로 교사보다 학원 강사를 선호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인문, 자연, 교육, 예체능계열 전공자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직업은 학원 강사였다. 학원 강사가 된 비율은 인문계열이 전체 취업자의 11.8%였고 자연계열 6.1%, 예체능계열 16.6%, 교육계열 17.4%였다. 상당수 초등학생이 1주일에 몇 개나 과외를 받을 만큼 사교육 시장이 큰 나라에서 젊은이들의 심각한 취업난이 겹치면서 학원 강사가 대학 졸업자들의 최대 일자리가 된 셈이다.

인기 있는 일부 스타 강사는 큰돈을 벌기도 하지만 낮은 소득과 불안한 고용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좌절감을 느끼는 강사가 더 많을 것이다. 사교육업계가 젊은이들을 흡수하면서 실업률 급등을 막는 사교육의 역설적 효과도 존재하지만 대학 졸업자들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분야가 학원이라는 현실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의 성장엔진에 다시 불을 붙여 민간기업 등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다. 대학의 계열별, 학과별 정원도 사회에서의 인력 수급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