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 예찬

Posted January. 30, 2010 09:29   

中文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입양아, 말썽꾸러기 소년, 대학중퇴자, 환각제 중독자, 히말라야 선() 수행자, 채식주의자, 친딸을 버린 사람, 독불장군.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55)를 수식하는 용어는 수십 가지가 된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그는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경영자로 꼽힌다.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어 IBM에 도전했고, 최초의 3차원(3D)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그가 아이폰에 이어 이번에는 컴퓨터의 지평을 바꿀 태블릿 PC 아이패드를 들고 나왔다.

아이패드는 컴퓨터이지만 전통적 의미의 컴퓨터는 아니다. 크기부터 노트북이나 넷북의 절반밖에 되지 않고 키보드와 마우스 등 전통적인 입력 장치가 없다.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화면의 아이콘에 손만 대면 작동한다. 사용법이 쉽기로 유명한 아이폰의 운영체제를 그대로 탑재해 휴대전화처럼 쉽게 쓸 수 있다. 와이파이 무선랜과 이동통신망을 통한 인터넷 접속은 기본이고, 10시간 이상 동영상을 돌려도 배터리 용량에 문제가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혁신적 것은 음악 동영상 게임 등 뉴미디어 이외에 신문 잡지 책 같은 활자매체의 콘텐츠를 끌어들인 점이다. 아이패드에 탑재된 아이북스로 신문이나 책을 그대로 받아볼 수 있다. 아이패드의 출현으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된 올드미디어가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여기에는 잡스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큰 역할을 했다. 잡스는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자신이 청강생 신분으로 리드대학에서 서체()에 대해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아름다운 글자체를 가진 매킨토시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잡스는 27일 아이패드의 첫선을 보이는 발표회에서 다시 인문학을 거론했다. 우리가 아이패드를 만든 것은 애플이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서 고민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기술을 따라잡으려 애를 썼지만 사실은 반대로 기술이 사람을 찾아와야 합니다. 기술은 기술 자체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이용하기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문학이 깨우쳐주었다고 그는 밝혔다. 인간을 다루는 학문인 인문학으로부터 아이패드와 같은 혁신적인 제품의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은 심각한 인문학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