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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에게도 죽음보다 더한 고통깵 버티는게 기적

산자에게도 죽음보다 더한 고통깵 버티는게 기적

Posted January. 18, 20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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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난신고 끝에 16일 오전(현지 시간) 도착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폐허 그 자체이자 거대한 난민촌이었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지진의 심장부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행운의 주인공이었지만 얼굴에서는 희망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최악의 지진 피해로 폐허가 된 지 나흘째인 이날 거리 곳곳에서는 굴착기가 유족조차 없어 여기저기 방치된 시신을 쉴 새 없이 화장터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는 가족과 삶터를 잃은 이재민들이 공원 등으로 몰려 천막촌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구조 작업은 지지부진했고 구호물품은 이재민들에게 닿지 않고 있었다. 시골로 가는 시외버스 터미널에는 돈을 벌기 위해 상경했다가 재난을 만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주민들의 끝없는 행렬이 이어졌다.

기자는 덤프트럭을 개조해 양철 지붕을 씌워 만든 아이티의 대중교통 수단으로, 현지인들이 땁땁이라고 부르는 소형 버스를 타고 현장을 돌아봤다. 돌아본 도시는 폐허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도심으로 들어갈수록 성한 건물을 찾기 힘들었다. 지치고 굶주린 이재민들이 헐벗은 모습으로 거리에 누워 있었다.

지진이 발생한 지 5일째가 됐지만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현장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생존자 구조작업은 주로 중산층과 상류층이 이용하는 백화점이나 호텔, 슈퍼마켓 등에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16일 오전 번화가인 델마에 위치한 대표적 고급 슈퍼마켓인 카리비안 마켓에는 프랑스에서 온 구조대 20여 명이 긴급 투입돼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이곳은 아이티의 상류층이나 백인 등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근처에 있는 부유층이 많이 이용하는 할인점 메가마트에서도 구조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빈민층이 많이 사는 라빌에는 구조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닥다닥 붙은 소규모 주택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고 거리에는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주민들은 수건이나 손으로 코를 막고 시신 옆을 지나다녔다.

극심한 빈부격차로 힘겨운 삶을 살았던 아이티의 서민들은 죽어서는 주검의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극빈층이 모여 사는 슬럼가인 시테솔레유는 대부분 양철로 만든 집이어서 이번 지진의 피해는 크지 않은 듯했다.

한편 아이티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대 20만 명 선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폴 앙투안 비에네메 아이티 내무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이번 지진으로 10만 명에서 2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