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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땅콩 김미현의 골프대디 김정길씨

Posted December. 12, 200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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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땅콩 김미현(32KT)의 아버지 김정길 씨(62)는 마이크를 잡으면 꼭 부르는 노래가 있다. 가수 박강성의 내일을 기다려이다.

사연은 김미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던 초창기인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씨가 대회 때마다 딸을 중고 밴에 태우고 운전하던 시절이었다. 한 번 시동을 걸면 5시간 넘게 핸들 잡는 건 기본이었죠. 올랜도에서 코닝까지 2000km를 2시간만 자고 26시간 걸려 간 적도 있습니다. 차 안에서 늘 들으며 흥얼거렸던 노래입니다.

김 씨는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한 한국 골프 대디의 원조로 불린다. 그런 김 씨가 8일 인천 남동구 고잔동에 김미현 골프월드라는 대형 골프연습장을 개장했다. 자신의 애창곡처럼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는 과정이다. 김미현이 23년 정도 더 뛰고 은퇴하면 고향 인천에서 유망주를 키워낼 보금자리로 마련한 것이다.

70억 원을 들여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직선거리 220야드에 114타석을 갖췄다. 철탑 높이만도 54m가 넘는다. 내년 봄에는 퍼트, 벙커 연습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인근 유휴지를 활용한 쇼트게임 골프장도 구상하고 있다. 김 씨는 미현이가 운동을 그만두면 후배 양성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지도자로서도 잘될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고 자랑했다.

연습장을 완공하는 데 인허가를 포함해 꼬박 4년이 걸렸다는 김 씨는 복잡한 일이 많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비록 몸은 고단했어도 미국에서 미현이를 따라다닐 때가 훨씬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1960년대 후반 일반 하사로 입대해 18개월간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그 후 인천 송도의 해안초소에서 분대장으로 복무하던 1971년 실미도 사건 때 진압군의 일원으로 총격전을 치르기도 했다. 그 후 부산에서 신발 사업을 하다 1988년 초등학생이던 김미현에게 처음 골프채를 쥐여줬다. 한때 싱글 핸디캡에 69타를 치기도 했지만 딸 뒷바라지에 전념하느라 10년 넘게 골프를 끊고 있다.

김미현은 박세리(32), 한희원(31) 등과 LPGA투어 진출 1세대로 분류된다. 155cm의 작은 키에 힘든 환경을 극복해 진한 감동을 줬다. 평소 선행에도 관심이 많아 해마다 1억 원 가까운 성금을 내놓았다. 2007년 미국 토네이도 참사 피해 때 성금 10만 달러를 쾌척하기도 했다. 키가 163cm인 김 씨는 아빠가 작아 미현이에게 늘 미안했다. 그래도 우리 미현이의 마음 씀씀이는 누구보다 크다고 칭찬했다.

김 씨는 골프 선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어릴 때 운동에만 매달리면 쉽게 포기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교양과 경험을 쌓아야죠. 자식의 재능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지난달 미국 올랜도에서 유도스타 출신 남편 이원희(29)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은 김미현은 산후조리를 마치고 이달 말 귀국해 자신의 이름이 걸린 연습장을 처음 보게 된다. 영원한 골프 대디 김 씨는 엄마가 된 딸과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