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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획수술

Posted December. 01, 200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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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검사 결과를 조작해 요실금 수술을 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타낸 산부인과 의사, 간호사, 의료기기 수입업체 직원 등 19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소변을 볼 때 배 속에서 발생하는 요()누출압이 120cmHO 미만인 경우에만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는 기준이 생기자 검사결과를 수술이 가능한 수치로 조작해 시술을 하고 요양급여금 7억원을 받아냈다. 의사들이 요실금 환자들을 오로지 돈벌이 대상으로 보고 불필요한 수술을 받게 만든 것이다.

임신과 출산 경험이 있는 중년 여성들은 방광과 요도를 지지해주는 조직이 느슨해져 웃거나 걸을 때 소변이 새기 쉽다. 당사자는 민망하고 불편하지만 죽을병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민영 보험회사들은 요실금 보험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저렴한 비용에 요실금을 개선할 수 있는 보험상품이 생기자 여성들이 대거 수술을 받았다. 그 결과 요실금 수술 환자는 2001년 1만6506명에서 2006년 7만387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구멍이 생기자 정부가 2007년 2월 요실금 수술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한 것이다.

요실금은 시술과정이 간단하다고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시술을 한 병원과 의료진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요실금 수술을 꼭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도 있는 마당에 검사수치까지 조작해 수술을 하게 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수술은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 아무리 가벼운 수술도 감염관리가 잘못되거나 합병증이 생기면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위험하지 않은 수술은 없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가 수술을 선택할 때는 수술을 했을 때의 위험이 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보다 낮고 결과가 좋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수술은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외과) 의사를 위한 것이라는 미국 스탠퍼드대 흉부외과 전문의 존 루이스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검경 수사 당국자들이 사건사고가 없을 때 기획수사를 하는 경우가 있듯이 의사들도 기획수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수술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인데, 아무리 의사도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지만 인체와 생명을 그렇게 다룰 수는 없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