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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의원직 사퇴극

Posted November. 30, 200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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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신민당 의원 66명이 김영삼 총재의 의원직 제명에 항의해 사퇴서를 제출했지만 반려됐다. 1990년에는 3당 합당에 반발해 평화민주당과 민주당 의원 79명이 사퇴서를 냈지만 역시 처리되지 않은 채 유야무야 넘어갔다.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수단이 많지 않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 야당의 의원직 사퇴 카드는 배수진을 치고 결사 항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쓰였다. 실제 사퇴처리된 것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 때 민중당 소속 의원 8명의 집단사퇴가 유일했다.

1998년에는 야당으로 신세가 바뀐 한나라당이 김대중 정부의 인위적 정계개편 시도에 항거하는 의미로 총사퇴를 결의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2004년에는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강행 처리되자 총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없고, 당 소속 후보들이 기호를 배정받는 데 불리할 것을 우려해 10일 만에 대국민사과를 하고 사퇴 선언을 번복했다.

자유선진당이 27일 대통령과의 대화 직후 세종시 원안 수정을 강행하려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소속 의원 17명 전원의 의원직 사퇴를 결의했다. 사퇴서는 국회의장이 아닌 이 회창 총재에게 제출해 실제 사퇴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국회법상 의원직 사퇴는 회기 중에는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폐회 중에는 국회의장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올 7월 민주당 의원들도 국회에서 미디어 관계법이 통과된 데 반발해 집단사퇴를 결의했지만,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의장이 아닌 정세균 대표에게 맡겨 정치쇼 라는 비판을 샀다.

정 대표와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의원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했지만, 김 의장의 처리 거부로 이들 역시 여전히 현역의원이다. 수리되지도 않을 사퇴서를 내고 사퇴 쇼를 벌이는 의원들에 대해 국회가 즉각 사퇴서를 수리하고 유권자들이 새로 국회의원을 뽑음으로써 국민대표기관의 장기공백을 종식시키라는 의견도 나온다.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한나라당 박세일 의원은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분할법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진짜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