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서울 외환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환율은 9일 하루에 100원 이상 오르내리는 진폭을 보이기도 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의 추락이 국내 경제 상황과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볼 때 지나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9일 균형환율이 1002원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할 정도다. 이 추정이 맞는다면 현재의 달러 환율은 38%나 오버슈팅된 셈이다.
서울 외환시장은 왜 이런 냄비시장이 됐을까.
거래 줄어 조그만 충격에도 취약
원화가 약세를 보일 이유는 있다.
올해 11년 만에 약 100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데다 외국인이 올해 33조 원가량 주식을 순매도했다. 또 지난해 중순까지 원화가치가 지나치게 빨리 오른 데 따른 반작용으로 조정 압력도 받고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4거래일 만에 208원 폭등하는 상황은 이런 거시경제적인 요인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외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최근 외환시장은 거래가 평소의 3분의 2 이하로 위축된 가운데 달러 팔자 주문은 없고 사자 주문에 추격 매수세가 따라 붙어 환율을 끌어올리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7일 외환시장 실제 수요는 30억 달러가 채 안 될 정도로 극히 얇아졌다며 해외투자 펀드들이 환차손 대비용 선물환 매도의 잔액을 줄이는 과정에서 7억 달러의 매수 주문을 내 환율 상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9일에도 거래가 60억 달러 규모로 줄어든 가운데 장 초반 투신사의 매수 주문이 나오자 1485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시장 불안을 틈탄 달러 사재기
올해 18월 국제수지는 182억1780만 달러 적자다. 시장에서 그만큼의 달러가 부족했던 셈. 하지만 정부가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올해 외환시장에서 200억300억 달러를 풀었다. 이론상으로는 달러 수급에 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도 달러 품귀는 여전하다.
한 외국계 은행 간부는 8월에 경상수지가 적자였지만 자본수지는 흑자로 돌아서 전체 국제수지는 흑자였다며 하지만 시장은 경상수지 적자에만 반응하는 비이성적인 군중 심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누군가 환율 추가 상승을 기대하면서 달러를 움켜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 국장은 외화 수급상 향후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달러를 매점하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은 결국 피해를 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자본시장에 비해 규모 작아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외국인 주식보유 규모 대비 외환거래량의 비율이 낮은 태국 밧화, 한국 원화가 인도 루피화, 필리핀 페소화보다 더 많이 평가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나갈 때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외환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아 환율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달러 공급이 외국계은행 국내지점, 외국인 투자가, 수출업체 등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환율 불안 요인이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외국계은행 지점의 달러 차입이 쉽지 않고 수출업체의 달러 현금도 선물환 매도 거래에 물려 시장에 달러 매도세가 없는 비정상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
자본시장 자유화로 규제는 풀리고 외환거래는 느는데 외환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투기적 요소가 강한 역외 차액선물환(NDF) 거래가 대표적이다.
1999년 국내 은행의 역외 NDF 거래가 허용되면서 거래 규모는 올해에 2005년의 4배 가까이로 늘었다.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24시간 거래되는 역외 NDF 시장은 적은 증거금을 건 뒤 선물환 계약을 하고 나중에 차액만 결제하는 구조여서 환투기 세력에 악용되곤 한다. 역외 NDF 시장의 움직임이 다음날 서울 외환시장에 곧바로 반영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요즘 같은 때 역외에서 한꺼번에 2억3억 달러를 사고팔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환 당국에 대한 불신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운다. 한 국책은행 전직 외환딜러 팀장은 정부 당국자가 은행이 달러 자산을 팔아야 한다는 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신호를 보내거나 시장에 한 박자씩 늦게 개입해 불신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국제적 통화로 육성해야
윤덕룡 대외경제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현 외환시장이 지나치게 비정상적이라면 시장 실패로 보고 단기적으로 환율 변동폭 제한 등의 조치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외환시장 참가자를 중소기업까지로 확대하고 달러 이외 유로 등의 통화로 거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공부문이나 세계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독점력을 확보한 전자 조선 등의 업종에서 원화 결제 비중을 늘리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화를 국제적인 통화로 육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용 류원식 parky@donga.com rews@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