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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대통령 무능한 참모들 레임덕 자초

Posted September. 12, 2007 07:09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 거짓말 파문을 계기로 3주 가까이 모르쇠로 일관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내 감찰반장 격인 전해철 민정수석비서관은 권력형 비리 의혹까지 제기된 변 전 실장 사건에 대해 단순한 사실 확인조차 없이 문제없다고 보고했고, 윤승용 홍보수석비서관이 이끄는 홍보수석실은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에 역공부터 했다.

이들의 그릇된 보좌는 노 대통령이 깜도 안 되는 의혹 꼭 소설 같다는 사고 치는 발언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 대통령과 참모들이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거짓말로 곧 판명될 해명과 반박에만 급급하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자초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검증은커녕 사고만 치는 민정수석실=변 전 실장 해명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고.

전 수석은 10일 변 전 실장의 신정아 씨 비호 의혹을 시인하면서 장윤 스님이나 신 씨는 개인적 관계여서 변 전 실장 개인의 해명을 들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거나 개인적 만남은 제3자가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등의 궁색한 해명만 되풀이했다.

민정수석실은 여론 동향 파악,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및 감찰,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관리 역할을 담당하는 실세 부서지만 정작 변 전 실장의 거짓말은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청와대 참모 가운데 대통령비서실장에 이어 2인자이자 노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정책실장의 입만 믿고 단순한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결과다.

민정수석실의 무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이 건설업자와 부산국세청장 간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도 민정수석실은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의 구속 시점(8월 9일)에서야 알았다.

그 무렵 민정수석실은 검찰에 정 전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해도 되겠느냐고 문의했고, 검찰이 정 전 비서관이 뇌물수수가 이뤄진 자리에 있었지만 돈을 받은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고 답변하자 서둘러 사표를 수리했다.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고 정확한 보고를 하기 위한 자체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의 파장을 우려해 정 전 비서관의 신병을 정리하는 데만 급급했던 것.

민정수석실은 정 전 비서관 사건이 공개된 뒤에도 청와대 대변인까지도 이 같은 과정을 숨겨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민정수석실이 검찰에 정 전 비서관의 사표 수리 문제를 문의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참으로 이상한 얘기라고 반박하다 나중에 정정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민정수석실은 지난해 9월 전효숙 씨가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됐다 낙마할 때도 큰 사고를 쳤다. 헌재 소장은 헌재 재판관 중에서 선출한다는 규정을 민정수석이 파악하지 못하고 전 씨를 민간인 신분으로 만들어 헌재 소장 임명동의안이 무효라는 위법 논란을 자초했던 것.

이 같은 사실은 전 씨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 수석이 전화로 헌재 소장 지명 사실을 알리면서 헌재 소장 임기와 관련해 헌재 재판관 사직서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해 사퇴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대통합민주신당 강성종 의원은 전 수석이 민간기업에 다녔다면 해고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막말만 일삼는 홍보수석실=홍보수석실은 8월 30일 참여정부에는 실세가 없다는 제목의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변 전 실장과 정 전 비서관 의혹을 보도하는 언론을 맹비난했다.

홍보수석실은 권력 실세의 비호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에 대해 (그 실세가 누구인지) 이름을 대달라. 그 사람이 실세인지 아닌지 가려주겠다고 비아냥거리며 언론 보도를 뒷다리 잡기식으로 폄훼했다.

홍보수석실은 다른 글에서 보도를 흉기로 휘두른다. 사회적 신뢰를 파괴하는 자해행위라고 조소하기도 했다.

언론의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없이 부당한 공격으로 규정해 역공부터 하고 보는 청와대브리핑은 노 대통령과 참모들을 집단최면으로 이끌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자의든 타의든 민정수석실과 홍보수석실만 믿고 변 전 실장의 거짓말을 고스란히 국민에게 여과 없이 전파한 천 대변인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조수진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