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화성 그놈인가 또다른 범인인가

Posted May. 15, 2007 07:59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경기남부 지역에서 잇따라 실종된 부녀자 4명 가운데 수원에서 사라진 박모(36•여)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지 일주일. 경찰은 실종에서 피살사건으로 전환해 수사 인력을 증원하고 피해자 추가 발견을 기대해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수사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강력사건으로는 처음으로 이번 사건에 외부 자문팀으로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사실상 연쇄살인으로 봐야 한다며 이를 전제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미제로 남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악몽 때문에 4개 실종사건의 관련성을 애써 희석하며 연쇄 살인의 가능성을 피하려 해 온 경찰로서는 곤혹스러운 사태 전개다.

과연 동일범일까?

실종된 4명 모두 거리나 도로, 정류장 인근 등 비교적 공개된 장소에서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숨진 박 씨와 배모(45) 씨, 회사원 박모(52) 씨 등은 화성시 비봉면 일대에서 휴대전화가 끊겼다. 특히 여대생 연모(20) 씨를 포함해 모두 실종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행적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43) 교수는 4건 모두 동일범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 근거로 연쇄 살인사건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수법이나 방식이 진화하는 특징을 들었다.

특히 숨진 박 씨와 실종된 배 씨의 경우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면서 출퇴근 시간이나 일하는 장소 등 생활방식이 비슷해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장석헌(47) 교수는 숨진 박 씨와 배 씨는 유사 업종에서 일하면서 많은 사람을 알고 지냈을 것이라며 동일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연쇄 살인 가능성

이번 실종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또 다른 연쇄 살인으로 비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41) 교수는 차량을 이용해 여성을 태운 뒤 범행을 저질렀다는 측면에서 과거 온보현 사건이나 용인연쇄살인사건과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연쇄살인의 저자인 표 교수는 시체 상태나 유기 방법 등에서는 과거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유영철 사건과도 비슷하다며 결국 더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적인 범행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온보현 사건의 경우 내 나이만큼 여성을 죽이겠다며 충동적으로 이뤄졌다. 용인사건도 금품이 범행 목적인 반면 이번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직업 등을 볼 때 금품을 노린 것으로 보기 힘들다.

과거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수사 총지휘를 맡았던 정석준(69) 전 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은 원론적으로 연쇄라는 건 동일범이 동일한 수법으로 범행을 했을 때에 국한된다며 범행 수법이 비슷하다고 하지만 여성 납치사건의 수법은 비슷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네 사건이 연결돼 있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경찰 수사는 어떻게

경찰은 박 씨의 시신이 발견된 안산시 사사동 야산 일대에서 수색 및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실종 시간대 박 씨의 휴대전화 전원이 끊겼던 비봉 나들목 인근부터 시체 발굴 지역까지의 도로 통과 차량에 대한 폐쇄회로(CC)TV 자료와 휴대전화 기지국 이용자를 확인 중이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쇄 살인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각종 정보와 단서를 체계적으로 정리,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마디로 시간 싸움에 대비하라는 얘기다.

표창원 교수는 이제는 방대한 수사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수사결과를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호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