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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남기고 떠나간 영원한 해병

Posted July. 14, 2006 03:01   

13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남양주장례식장. 전역한 해병용사 20여 명이 이날 오전 숨진 해병전우회 남양주지회장 이승우(48남양주시 퇴계원면사진) 씨의 빈소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고 있었다.

이번 폭우에 실종된 환경미화원을 찾기 위해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이 씨와 함께 수색작업을 벌이던 이들은 이 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전날인 12일. 오전부터 폭우가 쏟아지자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남양주시 해병전우회 회원이 하나 둘씩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이 씨의 지휘에 따라 왕숙천 인근에서 차량 견인을 지원하고 차량을 통제하는 등 자발적인 활동을 펼쳤다.

해질 무렵, 배수작업 중이던 환경미화원이 급류에 휘말려 실종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이 씨는 망설임 없이 사고 현장인 별내면 용암천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족들이 얼마나 애타겠는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애쓰다 사고를 당하신 만큼 더 열심히 찾아보자.

아침부터의 활동으로 동료 대원들은 이미 피곤해져 있었지만 늘 그렇듯, 이런 말을 던지며 앞장선 지회장을 혼자 보내지 못하고 모두 뒤를 따랐다.

밤늦게까지 찾았지만 수색에 실패한 회원들은 13일 오전 아예 잠수복까지 준비하고 모여 수색작업을 재개했다.

이 씨는 후배들이 잠수복을 입으려 하자 웃으며 이런 일은 내 몫이니 너희들은 물에 들어오지 말고 잘 살피라고 지시했다.

이날 10시 반경 잠수복을 입고 보를 따라 하천 중간으로 들어가며 실종자 시신을 찾던 이 씨는 갑자기 중심을 잃으며 급류에 휘말리고 말았다.

지켜보던 후배들이 물에 뛰어들었으나 급류가 워낙 거센 데다 폭우로 물이 크게 불어나 있어 이 씨를 구하지 못했다.

후배 해병전우인 지민규(43) 씨는 위험한 일은 도맡아 하고 남을 위한 일에는 꼭 앞장서던 의로운 분이 이런 일을 당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3년 전부터 지회장을 맡은 이 씨는 그동안 지역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 왔다. 가업으로 운영하던 슈퍼마켓을 몇 개월 전 정리한 뒤에는 친지들에게 이제 봉사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말해 왔다.

이 씨는 치매로 고생하는 노모를 수년째 봉양하고 있으며 아내와 군대에 간 아들, 대학 3학년생인 딸을 둔 책임감 넘치는 가장이었다.



이동영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