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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멀어진 북-미 짧은 만남 긴 휴식

Posted November. 12, 200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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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1단계 제5차 6자회담이 다음 회담 개최 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하고 11일 폐막됐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표단은 이날 중국 베이징() 시내의 영빈관인 댜오위타이()에서 수석대표 회의 및 전체회의를 갖고 2단계 회의를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일자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2단계 제5차 6자회담은 내년 초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회담 일정 확정에 강하게 반대=2003년 8월부터 2005년 9월까지 열린 14차 6자회담 중 차기 회담 개최 시기를 확정하지 못한 것은 1차 회담뿐이었다. 당시 북한은 미국의 선() 핵 폐기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며 차기 회담 시기 및 장소를 조속히 확정하자는 데만 동의했다.

따라서 이번 1단계 5차 회담에서 2단계 회담 시기를 결정하지 못한 결정적인 배경도 북-미 간 갈등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 당국자는 수석대표 회의에 참석한 북한 측이 회담 개최 시기 확정에 강하게 반대했다고 밝혔다.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0일에 이어 이날 수석대표 회의에서도 미국이 북한의 해외자금 조달 창구인 마카오의 방코 델타아시아 은행과 북한의 거래를 제재한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의 북한 거래 계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 송금 창구 및 북한 당국이 관여한 마약과 골동품 밀매, 위조달러 유통, 무기 수출 등에 이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이날 의장성명이 채택된 뒤 미국의 대북 제재가 차기 회담 일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회담 테이블에 오른 여러 요소는 다 연결돼 있다며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북한과 미국은 2단계 5차 6자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양자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연말에 몰려 있는 각국의 주요 외교 일정도 차기 회담 개최 시기 논의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 6자회담에 참석한 대부분의 각국 대표단은 다음 주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1214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게 된다.

힐 내년 2월은 너무 늦어=이번 1단계 5차 6자회담의 주요 쟁점은 북한이 평북 영변의 5MW급 원자로 가동을 언제 중단하느냐는 것이었다.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진 않았지만 북-미 및 남북 양자협의에서 이에 대한 심도 깊은 토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0일 오후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송 차관보도 11일 기자회견에서 북의 핵 활동 중 가장 눈에 띄는 영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는 게 상징적 조치가 될 수 있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보상)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각국이 제4차 6자회담 공동성명의 이행 방안을 한반도 비핵화(북의 핵 포기) 대북 에너지 및 경제 지원 관련국(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로 구분해 논의하자는 데 잠정적인 의견 일치를 본 것은 성과다.

힐 차관보는 차기 회담 개최 시기를 묻는 질문에 11, 12월은 각국의 외교 일정이 빡빡하고 2월은 너무 늦다고 답했다.



이명건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