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우리는 극지사나이

Posted May. 13, 2005 23:28   

中文

극지()를 직간접으로 체험한 두 사나이가 만났다.

1일 두 번째 도전 끝에 북극점에 도달해 세계 최초의 산악 그랜드슬램(히말라야 14좌와 7대륙 최고봉 완등, 3극점 도달)을 이뤄 낸 박영석(42) 씨.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남극일기에서 최대호 대장을 맡은 배우 송강호(38) 씨.

박 씨는 귀국 다음 날이었고 송 씨도 영화 개봉을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 하지만 박 씨가 귀국했다는 말에 만사를 제쳐 놓고 13일 낮 서울 종로구 세종로의 한 커피숍으로 달려 나온 송 씨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극일기는 제작비 90억 원의 블록버스터에 9개월의 촬영 기간 중 2개월은 뉴질랜드 설산에서 촬영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 송 씨는 국민이 다들 그랬겠지만 정말 조마조마했어요. 북극점 정복에 한번 실패한 적도 있잖아요. 성공해서 건강하게 돌아와 기쁩니다. 현지에서 출발하던 첫날 TV에서 생중계를 했잖아요. 정말 영화와는 비교가 안 되게 실감 나던데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두 사람은 닮았다.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때가 되면 비범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결국 실패로 돌아갔던 북극 원정을 준비할 때였는데 대장님을 보고 너무 놀랐어요. 무시무시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줄 알았는데 같이 술 마시고 삼겹살 먹으면서 보니까 인품과 성격이 부드럽고 친한 형 같더라고요. 하지만 눈빛 하나만은 번뜩번뜩했죠.

양극점을 모두 경험한 박 대장에게 두 곳의 차이점이 뭐냐고 송 씨가 물었다.

남극은 아예 게임이 안돼. 남극은 대륙이니까 백야 때 들어가기 때문에 날씨도 좋지. 하지만 북극은 바다가 얼어야 되기 때문에 겨울에 들어가야 되거든. 원정 초반에는 영하 5060도, 북극점에 도달했을 때는 영하 25도 안팎이 되거든. 북극은 얼음판이 뒤로 밀리잖아. 죽어라고 20km를 갔는데 인공위성자동위치측정시스템(GPS)을 찍어 보면 뒤로 가 있는 경우도 있어. 정말 미치지.

이 말에 송 씨는 그렇다고 하니 욕심이 좀 나네요. 지금 촬영 중인 영화 끝내고 북극일기를 찍어야겠다. 이번에 그렇게 욕을 많이 했다면서요? 욕하는 연기는 정말 자신있어요라며 깔깔 웃었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