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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주 병원 실태

Posted April. 26, 2004 22:32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 오전수업을 마치고 학교 건물을 나서다 갑자기 날아든 돌멩이, 유리 파편 등에 맞거나 폭발로 인해 열상()을 입은 용천소학교 어린이 중 상당수가 위급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병상이 모자라 일부 어린이 환자들은 캐비닛 위에 눕혀져 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시설 및 약품도 모자라거나 비위생적이어서 추가 감염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25일 부상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신의주 병원을 찾은 국제조사단원들은 살면서 지금까지 접한 상황 가운데 가장 비극적인 장면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제대로 된 의료 장비나 의약품이 거의 없다시피 해 희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제사회의 신속한 지원을 요청했다.

화상 입고, 파편에 찢어지고=신의주 병원에 수용된 환자 360명 가운데 60%는 어린이. 세계식량계획(WFP) 직원 리처드 레건은 전신에 화상을 입은 어린이 5명의 모습을 전하면서 모두들 얼굴 피부가 거의 다 벗겨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일곱 살가량의 어린이는 혼수상태였다. 부모들은 거의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고, 아이는 부모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WFP의 토니 밴버리는 얼굴 상처를 대충 꿰맨 어린이들이 고통에 몸을 구르거나 신음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면서 어떤 어린이 환자는 이미 실명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의사들에 따르면 실명 환자는 지금까지 모두 5명.

푸에르토 불티 유엔아동기금(UNICEF) 평양주재 대표는 폭발로 인한 열과 파편이 하굣길의 학생들을 정면으로 덮쳤다고 말했으며, 평양주재 유엔 직원 마수드 하이더는 폭발 현장을 정면으로 바라봤던 사람들 가운데 얼굴이 온전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인한 부상자 1300명 가운데 중상자는 370명.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상자 가운데 15명이 이미 숨졌고 50명이 중태라고 보도했다.

침상 대신 캐비닛에=조사단원들을 더욱 충격에 빠뜨린 것은 일부 어린이 환자들이 캐비닛 위에 눕혀져 있는 장면이었다. 밀려든 환자에 비해 병상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항생제, 진통제, 스테로이드 등 의약품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조사단원들은 전했다. 의료 장비들도 대부분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고장이 났거나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 밴버리씨는 작동되는 장비를 하나도 보지 못했다. 깨끗한 붕대도, 깨끗한 침대보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인 게 없었다고 실태를 전했다.

북한의 병원들은 평상시에도 의약품이나 수술도구를 갖추지 못했으며 수돗물마저 원활하게 공급이 안 되는 등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따라 추가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조사단에 참여한 스웨덴 대표는 북한은 열악한 장비와 의약품으로 부상자를 살리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면서 이 정도 상황이면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사단원들은 지금은 부상자들을 위한 긴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북한 당국이 예상보다 빨리 병원 상황을 공개한 것도 이런 도움을 바라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동근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