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극단적 편가르기 자제 불안 조성 말아야"

Posted March. 14, 2004 23:01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가 매우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일부 세력은 탄핵 사태에 따른 국민 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사회 혼란과 갈등을 조장해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 취재팀은 우리 사회의 지성을 대표하는 대학 총장들에게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대처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취재팀은 전국 20여개 주요 대학 총장들에게 연락했으며 그중 일부는 지금 시점에서 의견을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고 사양했다.

그러나 12개 대학 총장들은 지금처럼 나라가 어려울 때 사회 각계의 진지한 의견을 수렴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며, 국가와 사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솔하게 조언하는 것은 학자로서 당연한 도리라며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대학 총장들은 현재 시국을 의연하게만 대처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국민이 지나치게 불안해 할 이유가 없으며, 불안을 조성하는 행동도 절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뜨거운 가슴보다는 차가운 머리가,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서야 할 때라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총장들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정치권에 자숙을 요구하며, 국민들의 뜻을 모아 국론 통합의 계기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차분히 대응하자=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처음 겪는 일이라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지만 이미 법과 행정 체계가 확고한 만큼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어윤대() 총장도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이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냉정함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지대 선우중호() 총장은 지금은 전시 상황도 아니고 군사 쿠데타 상황도 아니다. 대통령은 공석이지만 총리와 각료가 그대로 있어 혼란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서울대 정 총장은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가 악화될 수는 있다면서 정부가 빨리 경제 운용 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안팎에 천명해 투자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극복할 수 있는 위기인 만큼 불안을 조성하는 행동도 삼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명지대 선우 총장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기 주장을 표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너무 무리하게 표출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불법 과격시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서울시립대 이상범() 총장은 의견의 표출방법은 절대 합법적이어야 한다며 한쪽에서 불법으로 과격하게 자기 의견을 내세우면 반대쪽에서도 과격하게 나올 것이고 그러면 불안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북대 김달웅() 총장도 감정적 분위기에 빠져 폭력 사태가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광주대 김혁종() 총장도 과격 시위로 국가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가장 우려되는 것은 국론 분열이다. 서강대 류장선() 총장과 부경대 강남주() 총장 등 여러 총장은 이 사태가 여야 정쟁을 국민의 분열로까지 확산시켰다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연세대 김중기() 총장직무대행은 내 편, 네 편을 갈라 싸우는 편싸움이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이성이나 양심에 기댄 합리적 판단이 불가능해진다고 걱정했다.

해법은 단 하나, 서로가 마음을 터놓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게 대학 총장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일반 국민들도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배척하지 말고 합리적인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대 김문환() 총장은 이번 사태는 서로 남을 무시하면 결국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서로를 인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이광자() 총장은 TV 토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국대 정길생() 총장은 정치권에는 이 같은 분열을 극복할 만큼 국민들이 존경하고 따를 만한 지도자가 없다면서 사회 각계 원로들로 구성된 국정자문단 같은 것을 만들어 정치인들에게 할 말은 하고, 국민들에게 호소할 것은 호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