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정치인에서 노벨상 후보로.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18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이라크전쟁 반대를 주도한 공로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1년 전만 해도 대선을 앞둔 시라크 대통령은 뇌물 수수 및 정치자금 유용 등 각종 부패 의혹에 시달렸다. 지난해 4월에 치러진 대선 1차투표 지지율도 20% 미만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1년도 안 돼 국내 지지율이 60%를 넘는 데다 노벨상 후보에까지 오른 것은 재선 이후의 눈부신 반전() 외교 덕분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한 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이라크전쟁을 결행하려던 미국을 저지하고 2단계 결의를 관철시켰다. 이어 2차 결의안에도 거부권 행사를 시사, 미국과 영국의 2차 결의안 제출을 미루게 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말 이후 세계적으로 반전 시위가 격화되면서 프랑스 신문 표현대로 일약 반전축()의 거두로 부상했다.
그는 무엇 때문에 이처럼 반전의 날을 세울까. 먼저 국내 정치적 요인을 들 수 있다. 프랑스 국민의 80% 이상이 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데다 프랑스 거주자 가운데 800만명 안팎이 아랍계다. 그의 정치적 뿌리가 정통 드골파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66년 미국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사조직 탈퇴를 선언한 뒤 프랑스를 핵 보유국으로 만들었다.
유럽연합(EU) 확대로 중동유럽 친미()국가의 대거 EU 가입에 따라 유럽 내 영향력이 축소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게 유럽 언론의 분석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프랑스가 EU 장악을 위해 독일과의 2강구도를 강화해 다른 나라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라크 대통령이 2차 결의안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다음날인 18일 장피에르 라파랭 프랑스 총리는 지금은 거부권 행사를 말할 때가 아니다고 물타기 발언을 했다. 시라크 대통령 자신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라크 무장해제가 성공한다면 미국 덕분이라고 미국에 화해 제스처를 보냈다.
이는 이라크 공격이 확실한 상황에서 프랑스가 끝까지 반대할 경우 서방 세계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고 유럽 언론들은 전했다. 프랑스 언론은 미국의 프랑스 상품 불매운동 움직임 및 미국의 이라크전쟁 승리 후 이라크에 진출해 있는 60여개 프랑스 기업의 전후 입지 등도 시라크 대통령과 라파랭 총리의 이중 플레이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박제균 phar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