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전국의 주요 철도 교량이 끊어지고 노선 유실과 옹벽 붕괴가 잇따랐으나 사고 지점 대부분이 철도청의 안전점검에서는 별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 안전점검의 정확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철도청에 따르면 반쪽 운행사태를 빚고 있는 경부선 경북 김천대신 구간 감천철교의 경우 지난해 12월 실시된 외부기관 정밀안전진단에서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태풍으로 교량이 붕괴된 곳은 경부선 감천철교를 비롯해 영동선 미로역도경리역 사이의 오십천 제2교량 등 5곳, 정선선 아오라지역구절리역 사이 여량천 철도교량 등 3곳을 비롯해 모두 9곳이다.
그러나 이중 영동선 오십천 제2교량을 제외한 나머지 8곳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철도청의 안전점검에서 건설교통부가 정한 시설물 상태 평가기준의 B급(경미한 손상의 양호한 상태)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붕괴된 오십천 제2교량의 경우 교각 2, 3, 5, 8, 9번째 거더(교각과 침목 사이에 있는 철근)가 부식되고 철근이 노출된 C급으로 분류돼 보강공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경부선 감천철교는 지난해 12월 외부 안전점검업체인 W엔지니어링측이 정밀진단을 실시한 결과 구조적으로 안전하며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 철교는 앞서 99년과 2000년 네 차례 실시된 철도청 자체 안전점검에서 교각 기둥부의 미세 균열 등으로 C급 판정을 받아 보강공사를 거쳐 지난해부터 B급으로 분류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철도청 관계자는 해마다 두 차례 실시하는 안전점검과 2년마다 실시하는 정밀점검은 평상시를 대비한 것이지 이번과 같은 수해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기진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