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언제까지 불안케 할 것인가

Posted March. 20, 2001 18:34   

건강보험의 재정 파탄은 준비 없이 강행한 의약분업의 결과이다. 정부 여당이 책임을 질 일이다. 한데 정부 여당 내에서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전가 논쟁이 일고 있다. 보험료는 더 내는데 보험 재정이 위기라는 소식에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판에 정부 여당 내의 논쟁은 참으로 가당찮은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의약분업은 내 책임이다 라고 했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두 번에 걸쳐 어이없이 속았다 고 탄식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의약분업 시행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에 이어 시행 도중에도 추가 경제적 부담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보건복지부 장관과 간부들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여당도 보험 재정 지출에 대한 억제 방안도 없이 의약분업을 실시한 정부에 속았다고 보건복지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분위기는 다른 것 같다. 최선정() 장관은 의약분업으로 인한 보험재정 위기를 인정하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 공무원들은 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은 대선 선거공약 지키기 차원에서 정치권에서 결정한 일인데 이제 와서 복지부만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가 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정부와 여당 내에서 일고 있는 논쟁은 정책 판단, 결정, 시행이 따로 놀았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는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보험료에다 국고까지 지원되는 건강보험 재정의 문제에 재정경제부나 기획예산처 등과는 사전협의도 없었다는 얘기에서도 드러난다. 의약분업 시행에 따른 추가부담이나 의약담합 같은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의 대책이나 예측이 오락가락한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정책이 흔들리면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국민은 의약분업이나 건강보험 재정 위기 외에도 혼란스럽게 느끼는 게 많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신공항 개항이나 공교육 및 새만금 사업에 대한 정책도 그런 밀어붙이기 식 결정이 작용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정책의 실패를 계기로 정책결정과정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여당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타개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보험료 인상, 국고 추가 지원, 금융권 단기 차입, 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한 체납금 징수 및 보험공단 구조조정 등 갖가지 방법이 연구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새로운 대책이나 정책이 분명한 원칙아래 투명하게 결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국민이 믿고 안심할 수 있다. 지금은 누구 탓을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