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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페인 온실농업의 재앙

Posted May. 31, 20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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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북부 함부르크에서 시작된 슈퍼 박테리아 공포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감염으로 숨진 사람만 10명이고 이밖에도 약 400건의 감염사례가 보고됐다.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에서도 15건의 감염사례가 보고됐는데 환자는 모두 북독일을 방문한 사람들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7일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알메리아 등에서 출하된 유기농 오이가 오염원이라고 지목했다. 함부르크 보건부는 박테리아가 발견된 오이 4개중 3개가 스페인에서 선적된 것이라고 밝혔다.

오늘날 유럽인의 식탁에 올라가는 값싼 농산물은 대부분 스페인에서 온 것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맨 동쪽에 위치한 알메리아는 항공사진으로 보면 비닐하우스로 덮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닐의 바다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비닐하우스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1986년 스페인이 EU에 가입하면서 무역자유화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 겨울철에 여름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하우스 농업이다. 알메리아의 농산물중 70%가 유럽으로 수출된다.

알메리아는 스페인 50개주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었다. 같은 안달루시아 지방이라고 해도 그라나다는 비도 많이 오지만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사이에 두고 바다쪽에 위치한 알메리아는 건조하고 더운 날씨 때문에 사람이 거의 살 수 없는 곳이었다. 그라나다 코르도바 세비야 등은 이슬람 시대 유적이 많아 세계 각지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지만 알메리아까지 찾는 외국 관광객은 드물었다. 그런 알메리아가 1970년대부터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것이 하우스 농업이다.

비닐하우스의 성공에는 물이 관건이다. 알메리아에서 면적이 약 320km에 이르는 비닐하우스에 물을 공급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지하 암반수를 이용해왔는데 사용량이 지나쳐 염분이 증가하고 있다. 농가에서는 채소를 세척할 물이 없어 집에서 쓴 하수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2005년 하수로 세척한 스페인 채소를 먹은 북유럽 사람들이 감염된 적이 있다. 이번 감염은 유기적으로 재배된 오이가 오염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닐하우스의 유기농산물은 주로 수경재배되는데 오염된 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