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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고용을 막네요

Posted October. 31, 200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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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충전기를 제작하는 경기 화성시 태안읍 S사의 최모 사장(55)은 최근 불경기에 이은 또 다른 복병을 만나 애를 태우고 있다. 가을 들어 다행히 주문량이 반짝 회복되고는 있지만 막상 기계를 돌릴 근로자가 없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지난해 말 정부의 불법체류자 단속에 따라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모두 내보내고 한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했다. 하지만 이들은 올해 봄 대부분 나가 버려 현재는 3명만 남았다.

최 사장은 결국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기 위해 지난주 경기 수원시 고용안정센터를 찾았지만 또 한번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기계를 모두 돌리려면 최소 9, 10명이 필요하므로 5명 이상의 외국인을 채용하고 싶었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수는 내국인 생산직 근로자 수의 절반을 넘을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자신이 고용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1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최 사장은 내국인 구직자가 없어 외국인을 쓰려는 건데 내국인 근로자를 기준으로 인원을 제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제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1사 1제도 규정도 현장에서 굴레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산업연수생을 채용 중인 A사 관계자는 고용허가제에 따라 외국인을 더 채용하고 싶어도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용 절차를 보다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불법체류자 3명을 다시 고용했다는 한 플라스틱 사출업체 관계자는 불법체류자 10명을 모두 내보내고 고용허가제로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려 했지만 한 달간 내국인 구인활동을 해야 하는 데다 고용허가가 나온 이후에도 현지교육기간 한달 등 최소 40일 가까이 기다려야 해 신청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자질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고용허가제를 통해 필리핀 근로자 5명을 채용한 경기 안산시 G업체 관계자는 산업인력공단에서 한국어를 할 줄 안다며 소개해 준 근로자 모두가 한국어를 전혀 못 한다며 업무 경험도 전혀 없어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새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 때문인지 최근 상당수 사업주들은 고용허가제를 외면한 채 당장 손쉽게 쓸 수 있는 불법체류자들로 다시 고개를 돌리는 실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장의 사정을 감안해 1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의 절반을 넘지 못하게 한 제한규정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훈 이재명 taylor55@donga.com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