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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형량 대바겐세일?

Posted September. 22, 200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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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대선자금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여야 정치인들에 대해 1심 법원과 달리 항소심 법원이 거의 예외 없이 형량을 대폭 깎아주고 있다.

일반인에 비해 정치인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과 함께 법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형량 세일=서울고법 형사8부는 22일 2002년 대선 당시 기업에서 580억원의 불법 정치자금 모금을 주도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최돈웅() 전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5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것에 비하면 형량이 3분의 1로 준 것.

또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던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몰수추징금도 13억여원에서 5억9000만원으로 대폭 경감했다. 대선 당시 50여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씨는 지난해 12월 구속됐기 때문에 조만간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나라당측에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측근 서정우() 변호사가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선 절반인 2년으로 줄었다. 김영일() 전 사무총장도 1심 징역 3년6월에서 항소심 2년으로 대폭 감형됐다.

당시 민주당 노 후보측에선 이상수() 전 의원이 1심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선 집행유예가 선고돼 석방됐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받았던 이재정() 전 의원은 아예 항소심에선 벌금형에 그쳤다. 이광재()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은 1심에서 벌금 3000만원이 선고돼 현재 항소심에 계류 중이다.

형평성 실종?=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항소심 재판에서 감형이 이뤄진 비율을 추정할 수 있는 형사사건 항소심에서의 원심 파기율은 54.6%. 전체 6만1800여건의 항소심 가운데 원심 파기(대부분 감형)가 3만1600여건이었다는 것.

불법 대선자금 관련 정치인들이 거의 100% 가까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이 이뤄진 것에 비하면 일반인에게만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선자금 수사에는 과거 잘못된 정치 풍토를 단절하자는 국민적 염원이 담겨있다면서 이 같은 역사적 의미를 분명히 살리는 판결을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제도적 한계=현행 정치자금법은 법정최고형이 징역 3년이다. 아무리 중대한 사안이라도 그 이상의 중형 선고 자체가 어려운 것. 그러다 보니 형량 경감이 쉽게 이뤄지는 측면도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은 공소시효도 3년으로 다른 범죄에 비해 아주 짧다. 이 때문에 2000년 총선 직전 조동만() 당시 한솔 부회장에게서 여론조사 비용으로 1억원을 받았다고 시인한 김한길 열린우리당 의원의 경우도 검찰 내부에선 정치자금이어서 시효가 지나 기소조차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에선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이 자신들과 직접 관련된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선 원천적으로 무거운 형량을 선고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용우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