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북한 국빈 방문을 마치고 평양을 떠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을 순안공항에서 배웅하고 있는 김정은. 두 사람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노동신문 뉴스1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앞으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대량살상무기 시험은 반드시 중국에 통보하고, 중국 동의하에서만 진행해야 한다. 대신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에 따라 금수 조치가 된 수출입 물자의 정상적인 교역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
한마디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사회를 자극하는 핵과 ICBM 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대신 제재를 풀어 주겠다는 뜻이다. 시 주석의 이 같은 제안을 김정은은 받아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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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곗바늘을 돌려보면 시 주석은 올해 5월 13일부터 사흘 동안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 뒤 백악관은 두 정상이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공유된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조선반도 등 중요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 의견을 교환했다”라고만 발표했다.
이어 시 주석은 7년 만에 북한을 찾은 것이었는데, 양국 사이에 핵 문제가 언급됐다는 공식 보도는 없었다. 9월 미국을 국빈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대북 정책에 대한 양해를 구할지 모른다.
이를 통해 중국과 미국은 북한의 호전적 도발을 억제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북핵 문제를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혀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급한 불을 끌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김정은도 이미 핵무기와 ICBM 능력은 입증했기에 가장 시급한 민생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북-중 ‘합의’는 김정은에게 매우 유리한 내용이고 엄청난 외교 성과다.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대북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핵을 폐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움직여 왔다. 특히 대북 제재의 80% 이상은 중국이 담당했다. 그런 중국이 북핵 폐기라는 목표를 관리로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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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이 난 듯 김정은은 중국과의 무역 재개를 위해 열심히 관련 지시들을 하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압록강대교 연결이다. 중국은 신압록강대교를 2014년에 건설했다. 1943년 지어져 북-중 교역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조중우의교가 매우 노후해서다. 하지만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에 대해 불만을 품은 북한은 지난 12년간 신압록강대교 관련 시설 공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4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시 주석 방북 조율을 위해 북한을 다녀간 뒤로 급작스럽게 중국 국경절인 10월 1일 전까지 신압록강대교 관련 시설 공사를 완공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지금 신압록강대교 북측 구간에는 보세창고 건설 등 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과거 북한은 세관과 상품검사소, 국경통행검사소 등 기관에 시설물 건설 부지와 자금을 나눠준 적이 있다. 하지만 자금이 워낙 적은 데다 완공 독촉도 없어 흐지부지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건설 자금을 받은 기관에 대한 당과 검찰, 안전성 연합 검열까지 붙으면서 공사 재개에 불이 붙었다.
또 양강도 혜산 맞은편 중국 지린성 창바이현에 쌓여 있던 각종 금수 물품과 차량들이 단둥 세관을 통해 북한으로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북한에 밀수되던 물품들의 공식 교역을 중국 당국이 인정해 주고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까지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을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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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