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생신청 급증] 시장변화 대응 못하고 무리한 수주 고환율-고금리까지 덮쳐 자금난에 내수업종 中企 중심 벼랑 끝 몰려 韓 한계기업 비중, 美 이어 두번째… “부실업체는 속히 정리해야” 지적도
3월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이 텅 비어 있다. 이곳은 5월부터 영업을 잠정 중단해 왔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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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역사의 악기 제조 업체 아이파크영창은 올해 4월 법원에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06년 HDC그룹에 인수된 뒤 2011년부터 15년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물류비, 인건비 등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법원은 5월 이 회사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올해 설립 30년을 맞이한 전동차 제조 업체인 다원시스도 올해 3월 말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전동차 제조 시장에서 현대로템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낸 강소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무리한 수주와 자금난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 탓이다. 이 회사도 4월 회생절차가 개시돼 회생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시장 변화에 맞춰 사업 체질을 제때 개선하지 못한 와중에 고유가와 고환율, 고물가에 이은 고금리의 습격으로 자금난에 빠졌다는 점이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과도하게 빚을 내 사업을 키우려다 역풍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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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반도체 기업 등 수출 기업과 달리 내수 업종은 매출이 부진한 편이어서 빚 갚기가 더 힘들다. 경기 김포시에서 음료 도소매 유통업을 운영하던 한 회사는 지난해 12월 인천지방법원 제1파산부에서 파산을 선고받았다. 2016년 3월 설립된 이 회사는 업소용 음료를 매입해 피자·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납품하는 사업을 운영했다. 하지만 내수 부진에 폐업 가맹점이 늘고 프랜차이즈 본사와 식음료 기업 본사의 직거래가 늘며 매출은 급감했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경영 실태 및 2026년 경영계획 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56.8%는 2025년 경영 환경이 ‘어려웠다’고 답변했는데 주요 요인(복수 응답)으로 내수 부진(79.8%)을 꼽았다.
이런 어려움은 영세한 중소기업에서 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 대기업의 기업심리지수(CBSI)는 104.5로 3월부터 4개월 연속 올랐다. 반면 제조 중소기업의 기업심리지수는 95.7로 2개월 연속 감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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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기업, 투명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기업의 일시적인 자금난은 지원하되 경쟁력을 잃은 부실기업은 속히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상장사의 한계 기업 비중은 27.6%로, 조사 대상 6개국 중 미국(30.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한계 기업은 영업이익 등으로 이자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지속된 기업을 말한다. 한계 기업들이 버티고 있으면 자금을 수혈하는 금융사들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
오수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어려우면 가급적 빨리 회생절차 등을 신청해서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지금은 기업들이 너무 망가진 뒤에 절차를 시작해서 회사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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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