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아일릿(ILLIT) 멤버 원희가 최근 유튜브 예능에 출연해 스스로를 ‘엄미새’라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진=‘아이돌 인간극장’ 유튜브 영상 캡처
“나 완전 엄미새야.”
최근 ‘엄미새’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쇼핑을 즐기며 일상을 공유하는 모습을 가리키는 뜻이다. ‘~미새’라는 말은 원래 어떤 대상에 과하게 집착한다는 다소 거친 표현(미친 X)에서 비롯됐으나 Z세대 사이에서는 부모를 향한 애정을 유쾌하게 드러내는 파생어로 등장했다.
과거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자녀를 놀림조로 부르던 ‘마마보이’ ‘마마걸’과 달리 ‘엄미새’는 자녀 본인이 어머니에 대한 효심과 유대감을 자랑스럽게 선언하는 표현에 가깝다.
광고 로드중
실제로 최근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조사에서 Z세대는 ‘삶에서 굳이 갖추지 않아도 되는 것’을 묻는 질문에 유일하게 연인·애인을 상위권에 꼽기도 했다. 장기화된 취업난 속에 독립을 미루고 부모와 함께 살며 집안일을 도맡는 ‘전업자녀’가 늘어나는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새로운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도 ‘엄미새’ 트렌드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타인과 관계를 쌓는 과정은 즐거움을 주지만 적잖은 시간과 비용, 감정 소모 또한 동반한다. 상대가 나를 얼마나 좋아할지, 관계가 계속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크다. 반면 가족이 주는 무조건적 지지와 편안함은 사회활동에 지친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사진=풀무원 뉴스룸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정서적 안정을 찾고 재충전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며, 원가족과의 적절한 분리만 이루어진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가족이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 창구가 되거나 사회적 관계 형성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광고 로드중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