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걱정 직장인 필독 레시피]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장 경험많고 숙련된 중장년 구직자도… 기업 수요 직무 맞춤형 교육받아야 AI 등장으로 40∼50대 오히려 유리… 현장 판단 빠르고 문제 해결 가능해 기술직 일자리 많은데 공급은 부족… 제대로 된 교육받으면 오히려 기회 중장년취업사관학교 관심 갖기를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장은 “기술 습득과 재교육만으로는 중장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되려면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의 경험과 숙련도 위에 해당 직무와 연결된 맞춤형 훈련이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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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조사 결과 서울 중장년(40∼60대) 약 350만 명 중 289만 명이 현재 경제활동의 변화를 원하며, 그중 180만 명은 임금 근로를 바랐다. 그러나 재취업을 고려하는 중장년 56.6%가 시장에 자리가 있을지 불안감을 느끼며, 자신의 고용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도 40.3%에 그쳤다. 경험도, 일할 의지도 있지만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데는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강소랑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팀장(46)은 이 같은 상황을 “(개인) 역량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문제”로 해석했다. 강 팀장은 지난해 서울 중장년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대규모 일자리 수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장년 일자리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팀장에게서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을 위한 팁을 들어 봤다.
● “공공과 기업, 인재 연결 구조가 핵심”
강 팀장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연결’이다. 중장년 구직자는 자신을 원하는 기업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기업은 원하는 역량을 갖춘 중장년 구직자 정보가 부족하다. 서로를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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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공이 먼저 성과를 만들어야 민간도 뒤따를 수 있다고 본다. 성과가 보여야 확산이 된다는 얘기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올해 중장년취업사관학교를 출범시킨 것도 그 이유에서다. 기업 수요가 있는 직무를 먼저 발굴하고 그에 맞는 훈련을 설계한 뒤에 교육-취업 연결-사후 관리까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 “AI 시대는 중장년에게 기회”
기업이 중장년 채용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연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인가’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경험과 숙련도는 인정하지만,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직무 역량을 갖췄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기초 업무는 이제 신입보다 인공지능(AI)이 더 잘 처리합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바뀌고 있어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 즉 중장년의 강점이 주목받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을 인터뷰하면 뚜렷하게 나타나는 1순위 요구 사항은 AI다. “부장으로 퇴직했다면 그 경험에 더해 AI는 배워서 오라고 합니다. AI 활용이 기본이 됐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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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중장년이 재취업을 준비하며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강 팀장은 자격증 취득에도 순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계, 전기, 산업안전처럼 자격증이 직무의 기본 전제가 되는 분야가 있습니다. 이런 직무는 자격증 취득이 출발점이 됩니다. 문제는 방향 없이 자격증부터 따는 경우입니다. ‘인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뛰어들지 말고 그 자격증이 자신의 경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직무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자신의 경험과 경력이 어떤 직무로 연결될 수 있는지 먼저 파악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자격증이 필요하다면 취득하는 것이 맞는다는 얘기다. 자격증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 “추락 위험보다 빈곤 위험이 더 커”
강 팀장은 지난해 발표한 정책 로드맵 연구에서 ‘추락 위험’과 ‘빈곤 위험’ 개념을 제시했다. 대기업 사무직처럼 정년 전후로 노동시장에서 처지가 급격히 나빠질 집단이 추락 위험군이고, 중소기업 단순직이나 서비스 또는 판매직처럼 앞으로도 저임금 일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집단이 빈곤 위험군이다.
“분석 결과 추락 위험군보다 빈곤 위험군 규모가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대기업 출신 고학력자’보다 ‘취약한 일자리에 있는 훨씬 더 많은 중장년’이 더 큰 위험에 노출됐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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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직 쏠림 vs 기술직 외면… “미스매치가 기회”
일자리 수요 조사 데이터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중장년 구직자가 가장 선호하는 직군은 경영·사무·금융·보험직이지만, 실제 기업이 제공하는 해당 일자리 수는 훨씬 적다. 사무직 비중은 39.7%인데 비해 실제 제공되는 일자리는 22.0%로 17.7%포인트 차이가 난다.
기술직은 정반대 상황이다. 중장년에게 제공되는 기술직 일자리 비중은 25.5%인데, 그 일자리를 중장년 구직자 11.5% 밖에 원하지 않는다. 기업은 기술직 인력이 필요한데, 중장년 구직자는 기술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기전자 설비나 기계 조작 같은 일자리들은 특정 기술이나 자격증이 필요한 데다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다 보니 구직자들이 기피합니다. 그런데 기술직 ‘미스매치’가 사실 기회라고 봅니다. 기업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니까요. 중장년이 기술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훈련을 제대로 설계하고, 일자리 질도 높이고, 인식도 바꿔 가는 것이 미스매치 해소의 핵심 전략이 돼야 합니다.”
● “50대와 60대, 원하는 것이 다르다”
수요 조사 데이터는 연령대별 일의 의미가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40대는 생계 유지 목적이 87.1%로 압도적이며, 전일제 근무와 디지털·신기술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 50대는 생계 유지와 자아실현이 함께 중요해지면서 이직과 전직을 본격적으로 고민한다. 60대는 생계 유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사회활동 참여와 자아실현의 의미가 커지며, 단시간 근무나 공공 또는 사회공헌 일자리 선호도가 높아진다.
“이들에게 똑같은 취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건 아무것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40대에게는 직무 전환과 역량 강화, 50대에게는 경력 재설계와 맞춤 재취업 연계, 60대에게는 유연한 일자리와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 “중앙정부와 지자체 역할 달라야”
강 팀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는 기업이 중장년을 채용할 때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는 고용장려금이나 세제 혜택 같은 제도적 유인을 설계해야 한다.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이 원하는 직무를 발굴하고 거기에 맞는 훈련을 설계해 실제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만들어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기업은 인건비 절감보다 성과가 중요합니다. 채용한 사람이 현장에서 일을 해내느냐가 확인되지 않으면 아무리 지원금이 있어도 중장년 채용을 선택하지 않아요. 서울시에서 검증된 모델의 전국 확산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역할 분담입니다.”
그는 또 서울시가 중장년 일자리 문제를 복지가 아니라 경제 투자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차 베이비부머 954만 명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만큼, 이들이 노동시장에 제대로 남아 있느냐 없느냐는 서울시 경제 전체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국가 전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 중장년취업사관학교 역할
강 팀장은 “혼자 막막하게 준비하지 말고 전문가와 함께 방향부터 잡아라”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자신의 경력에 맞는 재취업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9월 서울시 중장년 정책 포럼을 개최한다. 서울시에서 검증된 중장년 정책 모델을 다른 지자체와 공유해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인생 후반을 준비하는 서울시 중장년의 경력 설계, 직업교육, 일자리 찾기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서울 5개 권역 중장년취업사관학교 캠퍼스(중·동·서·남·북)에서 경력 상담부터 직업훈련, 취업 연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자세한 교육 프로그램 및 일자리 연결 내용은 재단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