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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전 참사’… 골은 안 터지고 속만 터졌다

입력 | 2026-06-26 04:30:00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 참사’… 이번엔 최약체 평가 남아공에 덜미
홍명보, 그때나 지금이나 “내 책임”만’… 洪 뻔한 전술, 상대 감독도 빤히 읽어
외신 “창의성 없고 득점 가능성 낮아… 韓, 32강 못 가도 아쉬움 없을 경기력”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25일 멕시코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0-1·패)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과달루페=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멤버인 이영표 해설위원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이 탈락한 뒤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당시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로 탈락했다. 2차전에서 아프리카축구연맹(CAF) 대표 알제리에 2-4로 패한 게 결정타였다. 아프리카 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4득점 이상을 기록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모두 내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고 대회가 끝난 뒤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홍 감독은 12년 후 명예 회복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절치부심(切齒腐心)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당연히 패전의 변(辯)도 크게 달라질 리 없었다.

홍명보호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아프리카 팀에 발목을 잡혔다. 한국은 25일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에서 조 최약체로 꼽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남아공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1위로 한국(24위)보다 37계단 아래에 있는 팀이었다. 남아공은 이날 승리로 월드컵 출전 역사상 처음으로 토너먼트(32강) 진출을 확정했다.

홍 감독이 이날 꺼내 든 카드가 얼마나 ‘뻔한 수’였는지는 상대 감독 평가만 봐도 알 수 있다. 휘호 브로스 남아공 감독은 “오늘 한국은 예상한 대로였다. 많이 뛰면서 수비 뒷공간을 찾으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한국이 공을 가졌을 때 모든 공간을 커버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FIFA의 ‘경기 요약 리포트’에 따르면 남아공은 이날 전체 수비라인을 자기편 골대 30m까지 내리는 ‘로 블록(low block)’ 전술을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1차전 때 경기 시간의 14%, 2차전 때 10%였던 로 블록 형성 시간이 이날은 33%까지 늘었다.

이렇게 라인을 내리고 한국을 기다리는 팀을 상대로 홍 감독은 손흥민(LA FC) 선발 제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카드를 들고나온 팀을 맞아 “후반전에 상대 체력이 떨어지면 손흥민의 빠른 발을 앞세워 뒷공간을 타격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후반전에 손흥민이 투입된 뒤에도 한국은 빈틈을 찾지 못했다. 그 대신 좌우로 공을 빙빙 돌리기에 바빴다. 스포츠 통계 업체 ‘옵타’에 따르면 한국은 이날 공격 점유율 68.5%를 기록했다.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경기에서 남긴 역대 최고 점유율이다. 그러나 끝내 득점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은 전혀 창의성이 없었고, 득점 가능성도 매우 낮아 보였다”며 “32강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아쉬움이 남을 것 같지 않은 경기력”이라고 비판했다.

종아리 통증에 시달리던 중앙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같은 포지션인 박진섭(저장)으로 교체한 데도 의문이 따른다. 0-1로 끌려가고 있었고 비겨도 자력으로 32강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공격수를 투입해 득점을 노리는 게 좀 더 합리적이었다는 의견이다.

선수들 컨디션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한국 선수들은 1, 2차전과 비교해 눈에 띌 정도로 몸놀림이 둔했다. 고지대 적응 훈련이 과한 탓이었을 수 있다. 한국은 1, 2차전을 해발 1600m 고지대인 과달라하라에서 치렀다. 해발 500m에 위치한 몬테레이는 덥고 습하다. 홍명보호가 몬테레이에 도착한 건 경기 시작 사흘 전인 22일이었다. 몬테레이에 너무 빨리 입성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무승부에 만족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 후 미국 폭스스포츠 등으로부터 “마치 1점 차 패배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는 비판을 들었다. 


과달루페=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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