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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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후회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정부 당국자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이 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지”라는 강한 표현까지 썼다. 이 말을 듣자니 ‘왜 진즉 드러누워 막지 않았나’라고 묻고 싶다.
온라인 재테크 카페에선 ‘금감원장이 상품 출시를 막지 못했으니 무능하다’ ‘정부가 개미들만 거지로 만들었다’는 원색적인 비난이 나왔다. 결국 금감원은 이틀 뒤 “투자자 손실 위험을 경고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는 공지를 내며 진화에 나섰다.
금융감독 수장이 정책 실패를 공개적으로 자백한 건 그만큼 레버리지 ETF의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국내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을 ±2배로 추종한다.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주고, 한국 자본시장을 키우기 위해 나왔다. 달러를 국내로 끌어들여 고환율을 진화하는 취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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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레버리지 여파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증시까지 끌어내리며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까지 나왔다. 미 월가 전문가들은 이 상품이 변동성을 키우는 투기적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풍향계인 마이크론 실적이 24일(현지 시간) 사상 최대를 경신하며 25일 코스피는 5% 넘게 상승했지만 인공지능(AI) 버블론은 꺼지지 않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AI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진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우려가 현실이 되면 AI 붐의 전방에 있는 한국 반도체주가 위험할 수 있다.
폭우가 쏟아지기 전에 우산을 마련해 두는 마음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서둘러 보완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투기를 제어하기 위해 일일 회전율 규제를 두거나 투자자들의 사전 교육시간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증권사들은 활황에 취해 판매 경쟁을 무리하게 벌이지 않았는지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미 과도한 마케팅의 징후가 여기저기에서 감지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과 별도로 운용사들이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ETF에 공모주 배정이 확정된 것처럼 홍보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과열된 시장 분위기 속에 상품이 허술하게 판매됐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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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아 경제부 차장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