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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불량인 줄 알았는데… 담도암 환자 59%가 ‘3기 이상’에서 발견

입력 | 2026-06-24 04:30:00

담도암 진단-치료 설문조사
황달-체중 감소-피로감-복통 증상… 환자 42% “소화기 질환인줄 알았다”
처음 찾은 곳은 동네 의원이 44.4%…조기 발견이 환자 생존율 향상 핵심





담도암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이동하는 통로인 담도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드문 암으로 분류되지만 예후가 좋지 않아 대표적인 난치 암 중 하나로 꼽힌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상당수 환자가 암이 진행된 뒤에야 진단받는다는 점이다.

담도는 간 내부의 간내 담도와 간 밖의 간외 담도로 나뉜다. 담도암은 발생 위치에 따라 간내 담도암, 간문부 담도암, 원위부 담도암 등으로 구분된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나타나더라도 소화불량이나 복부 불편감, 피로감 등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증상과 비슷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암이 진행되면 황달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눈 흰자위와 피부가 노랗게 변하고 소변 색이 짙어지거나 대변 색이 옅어질 수 있다. 이 밖에도 복통, 식욕 저하, 체중 감소, 전신 피로감, 가려움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 역시 다른 소화기 질환과 구분이 쉽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담도암 환자 상당수가 진행성 단계에서 암을 발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혈액암협회가 2022년 이후 담도암을 진단받은 환자와 보호자 1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담도암 진단 및 치료 과정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9.0%가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담도암을 진단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단 당시 병기는 4기가 34.5%로 가장 많았고 3기 24.5%, 2기 13.2%, 1기 12.6% 순이었다. 병기를 알지 못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5.2%였다.

조사에서는 환자들이 병원을 늦게 찾은 이유도 확인됐다. 병원 방문을 미룬 이유로는 ‘단순 소화불량이라고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41.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증상이 심하지 않아서’가 35.8%를 차지했다.

실제 환자들이 진단 전 경험한 증상 역시 일반적인 소화기 질환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가장 흔한 증상은 소화불량(43.0%)이었으며 황달(33.1%), 피로감(31.1%), 복통(29.8%), 체중 감소(27.2%)가 뒤를 이었다.

이는 담도암의 대표적인 특징인 ‘증상의 비특이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환자 입장에서는 흔한 위장 질환이나 일시적인 컨디션 저하로 생각해 의료기관 방문 시기를 놓치기 쉽다.

환자들이 처음 찾은 의료기관은 동네 의원이 44.4%로 가장 많았다. 종합병원은 27.2%, 건강검진센터는 16.6%, 상급종합병원은 9.9%였다. 대부분의 환자가 증상 발생 초기에 접근성이 좋은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만큼 일선 의료기관에서 담도암 의심 증상을 인지하고 적절한 검사와 상급병원 연계를 시행하는 체계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환 인식 개선의 필요성도 확인됐다. ‘초기 증상이 담도암의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대응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7.5%가 ‘매우 그렇다’, 15.9%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83.4%가 관련 정보를 사전에 알았다면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거나 검사를 받았을 것이라고 응답한 셈이다.

현재 담도암 치료는 수술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으로 꼽힌다. 다만 진단 시점에 이미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제한적이다.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등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정밀 의료와 면역항암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조기 발견이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박정숙 한국혈액암협회 사무총장은 “담도암은 초기 증상이 모호해 환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쉬운 질환”이라며 “이번 설문조사는 담도암 환자와 보호자가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장벽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환자 경험을 바탕으로 담도암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널리 알려지고 조기 진단과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혈액암협회는 1995년 백혈병 환우들이 중심이 돼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혈액질환 및 암 환자의 치료와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경제적·정서적 지원, 교육 상담, 세미나 등 다양한 환자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kinn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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