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을 예고한 직후, 아무 설명 없이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올린 사진 한 장.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정원을 산책하는 모습이다. 사진 출처 트루스소셜
김상운 국제부 차장
그는 아무런 설명 없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과 나란히 정원을 산책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란과 휴전 후 두 달여간 치열한 협상을 거쳐 종전 MOU를 일단락 짓는 긴박한 순간, 지구 반대편 독재자와의 ‘허니문’ 사진을 돌연 게시한 것. 모두 그의 저의를 궁금해하는 가운데 “이란 다음은 북한”이란 메시지를 트럼프가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노벨 평화상에 강한 집착을 보이며 재집권 직후부터 북한과의 대화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 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어쩌면 자연스러운 다음 외교 행보인지 모른다. 그런데 그게 그의 구상대로 술술 풀릴까.
이를 가늠해 보려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대 도전이 된 이란 전쟁이 북-미 대화에 미칠 영향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종전 MOU 체결을 확정하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 재개 등의 성과를 거두게 됐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펼쳐질 60일의 후속 핵 협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앞서 1993년 1차 북핵 위기를 해소한 북-미 제네바 합의가 체결되기까지 1년 7개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란과 2015년 핵합의(JCPOA)를 맺기까지 1년 8개월이 각각 걸린 걸 감안하면 60일은 물리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더구나 호르무즈 통행료 부과 여부나 농축 핵물질 처리 등을 둘러싸고 양측의 이견이 벌써부터 불거진 것도 좋은 징조는 아니다. 이란과의 후속 핵 협상이 수월하게 풀리지 않으면 북-미 대화도 당장엔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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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대만, 우크라이나에서 각각 세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이란 전쟁의 수렁에 오랫동안 빠져 있기를 바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의 세력권에 들어온 동유럽에서 미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 스탈린이 6·25전쟁 당시 중국의 조기 파병에 반대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런 맥락에서 중-러가 암암리에 이란의 버티기를 도우며 종전 협상을 장기화시킬 개연성이 있다. 실제로 이란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는 중동지역 미군 시설의 타격 좌표 등을 이란에 제공하고, 중국은 이란산 원유를 대거 구입하는 식으로 도왔다.
이젠 북-미 대화 당사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각에서 살펴보자. 이란 전쟁에서 미국이 전쟁 수행의 핵심 원칙으로 여겨 온 ‘파월 독트린(Powell Doctrine·명확한 전쟁 목표, 의회 지지 확보 등의 개전 원칙)’을 어기고, 국제법 위반 논란까지 빚은 걸 지켜본 김정은은 “역시 트럼프는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그는 7년 전 ‘하노이 노딜’ 당시 “2차 조미 수뇌회담은 우리의 전략적 결단과 걸음들이 과연 옳았는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자아냈다”며 깊은 불신을 표명한 바 있다.
더구나 군사동맹 수준으로 러시아와 밀착한 데 이어 최근 시진핑의 방북을 계기로 대중 관계까지 공고화한 김정은에게 트럼프와의 만남은 예전만큼 절실하지 않다. 특히 그것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다면 김정은의 거부감은 클 것이다(그의 동생 김여정은 시진핑 방북 전날인 7일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 불퇴의 한계선이며, 누가 인정하든 말든 엄연한 현실”이라며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제가 거론되지 않도록 미리 쐐기를 박았다).
결국 이란 전쟁이 북-중-러에 미친 영향과, 이들 간 밀착이 낳은 정세 변화 등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야심 찬 티저 광고는 한낱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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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국제부 차장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