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장식 넘어 세계관 담은 단청, 다섯 색으로 시공간의 질서 그려 자연 모방해 붉은 기둥-푸른 천장… 단청이 공간에 안정감 주는 방식 中 역사건물에 韓 공간 연출하며… 해법은 동아시아 ‘색채 문법’ 단청
전통 색채 예술인 단청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공간 디자인에 활용된다. 경복궁 경회루 1층 필로티 천장. 반복되는 문양과 색채가 공간감을 만든다. 사진 출처 국가유산청
단청(丹靑)은 전통 목조건축물의 부재에 여러 빛깔로 다양한 문양과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본래 단청은 궁궐과 신전, 고대 무덤의 벽화나 부장품의 문양처럼 왕실이나 종교 의례에 쓰이는 건물과 물건을 일반적인 것들과 구분하기 위한 장식이었다. 빗살무늬토기에서 보듯 문양은 문명 시작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문자, 회화, 공예 등의 시작점이 됐다.》
김대균 건축사·착착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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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역시 오방색 가운데 황색을 제외한 적·청·백·흑 네 가지 색을 담고 있다. 태극의 적색은 양의 에너지로 존귀함을 표현하고, 청색은 음의 에너지로 희망을 상징한다. 흰색 바탕은 순수함을, 건곤감리의 검은색은 강인함을 뜻한다.
전통건축에서 기둥은 붉은색을 칠하고 상부 지붕 부재는 청색을 칠하는 원칙을 상록하단(上綠下丹)이라고 한다. 이것은 나무를 그릴 때 줄기에는 흙과 유사한 붉은색을 사용하고, 잎에는 녹색을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런 채색은 자연을 모방한 것이라 안정감을 준다.
종묘 정전. 문양 없이 바탕색만 칠한 가칠단청이 적용됐다. 사진 출처 국가유산청
단청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음양오행의 철학을 공유하면서도 각국의 자연환경과 민족성, 시대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단청의 시작은 중국 한나라부터로 알려져 있다. 백제와 일본의 단청 교류와 관련해서는 5세기 이후 꽤 많은 기록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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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저우의 한국 미슐랭 레스토랑 ‘세븐스 도어(7th Door)’. 한옥 공포(栱包) 구조와 단청의 색채 원리를 재해석했다. 사진 출처 김동규 작가
단청 디자인에 영감을 준 두 건물이 있다. 그중 하나는 경복궁에 있는 경회루다. 경회루 1층 필로티 공간의 천장은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며 무한한 공간감을 자아낸다. 2층 중앙 방 천장은 청색과 붉은색 바탕 위에 자주색이 더해져 깊은 공간감을 만든다. 단청이 만든 회화적 공간감은 실제 공간에 더욱 깊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조선 왕실 제례 공간인 종묘다. 종묘는 화려한 채색 대신 가장 소박한 형태의 가칠단청으로 마감돼 있다. 가칠단청은 선이나 문양 없이 부재의 표면에 바탕색만 칠하는 가장 단순한 단청이다. 그러나 그 단순함이 오히려 강한 절제미를 만들어낸다.
중국 항저우의 한국 미슐랭 레스토랑 ‘세븐스 도어(7th Door)’. 한옥 공포(栱包) 구조와 단청의 색채 원리를 재해석했다. 사진 출처 김동규 작가
이 미슐랭 레스토랑은 단청이라는 색채 조형 언어를 통해 한국성과 동아시아적 보편성을 함께 담았다. 역사적 건축 안에서 단청은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지의 문화적 맥락을 존중하고 두 문화를 잇는 매개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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