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안보’ 이유로 AI 쇄국정책 외국인에 최첨단 미토스 사용 금지 특정 국가-기업 의존 위험성 확인 평화로워 보이는 AI라면 괜찮을까 친절함-허위정보 만나면 무장해제 AI 의존, 인간 속성 그 자체 바꿔
《미국의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이 9일(현지 시간) 자사 최강 모델 ‘미토스’의 민간 공개판인 ‘클로드 페이블 5’를 내놓았다.
이 모델은 컴퓨터 시스템의 약점을 스스로 찾아내 침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해내는, 말하자면 숙련된 해커에 가까운 능력을 지녔다. 그래서 앤스로픽은 사용자가 소프트웨어 취약점 공격 방법, 악성코드 개발, 생물학적 위험물질 제조 등 민감한 질문을 하면 자동으로 한 수 아래의 구형 모델로 답을 하는 안전장치를 적용해 일반에 공개했다. 빗장을 단단히 걸고 차에 시동을 건 셈이다. 》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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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AI 자체가 지닌 직접적 파괴력이다. 시스템의 허점을 찾고 위험물질을 설계하는 능력은, 안전장치가 풀리는 순간 사이버 공격과 테러의 문턱을 낮춘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미 정부 조치 이후 “향후 6∼12개월 내 다른 AI 기업들도 미토스급 성능을 확보할 것”이라며 앤스로픽 통제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머지않아 인간 전문가 집단을 능가하는 위험이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직접적 위협은 역설적으로 다루기 쉽다. 눈에 보이고, 국가가 규제로 겨눌 표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규제가 잘 듣지 않는다는 데 있다. 중국의 무료 공개 모델들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지금, 한 나라가 빗장을 걸어도 경쟁이라는 강물은 멈추지 않는다. 빗장은 자국 기업의 발만 묶고, 이용자는 곧 옆길을 찾아낸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분산 투자다. 특정 모델 하나에 일을 몰아두지 말고 대안을 늘 곁에 두는 것, 그리고 사용자로서 국가나 기업의 지나친 통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평화로워 보이는 AI가 남기는 보이지 않는 상처다. AI는 사용자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도록, 늘 친절하고 매끄럽게 답하도록 길들여져 있다. 모난 곳이 깎여 둥글둥글해진 조약돌처럼, 설계 자체가 사용자의 거부감을 지우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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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비가역성이다. 무기화된 AI의 공격은 막아내면 복구되지만, 중장기적으로 AI가 바꿔놓는 것은 인간의 속성 그 자체다. 인지 위탁, 곧 AI를 외뇌(外腦)처럼 쓰는 습관이 젊은 세대에 굳어지고 있다. 사고하는 방식, 판단하는 습관, 모호함을 견디는 힘은 한번 잘못 빚어지면 되돌리기 어려울뿐더러 바람직한 인지능력이 아예 형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세대의 사고력이 통째로 얕아진다면 그것은 어떤 사이버 공격보다 오래 남는 피해일 것이다. 직접적 위협에 쏟는 경계의 일부만이라도, 이 느리고 비가역적인 변화에 돌려야 하지 않을까.
교육 현장에 AI를 들여왔다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그것이 배우는 이의 머릿속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철저히 따져보지 않은 채 떠안기면 AI 의존은 학생에게 반영구적인 인지적 상처로 돌아온다.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치는 피해가, 실은 가장 무섭다.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KAIST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