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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이라도 대기업이 낫다”… ‘첫 직장’ 공식 달라진 청년들

입력 | 2026-06-16 04:30:00

구직자 78% “대기업 계약직” 선호…기업 인지도를 경력 자산으로 여겨
‘고용 안정’ 중시하는 분위기 흐려져… 입사 결정엔 연봉이 가장 큰 영향
삼성전자-SK 고액 성과급 바람에 보상 제도도 중요한 선택 기준 돼




취업준비생 조휘람 씨(28)는 정보기술(IT) 개발자로 취업하기 위해 대학을 졸업한 뒤 1년간 따로 관련 교육을 받고 구직에 나섰다. 대학 졸업이 늦어진 데다 취업 준비 기간도 길어지고 있지만, 첫 직장만큼은 신중하게 고르겠다는 생각이다. 조 씨는 “중소기업 정규직으로 취업하더라도 1년 뒤에는 다시 대기업 신입 공채에 지원할 것”이라며 “같은 직무라면 계약직이라도 규모가 큰 기업에서 실무를 경험하는 게 장기적으로 경력 관리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년 구직자들의 첫 직장 선택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정규직’과 ‘고정 연봉’ 등 안정적인 일자리가 핵심 조건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기업 규모와 성장 가능성, 성과에 따른 보상 구조를 더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첫 직장을 평생직장이 아니라 다음 직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발판으로 보고 보상도 고정급보다 성과와 연동된 구조를 선호하는 것이다.

● 중기 정규직보다 대기업 계약직 선호

12일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취업준비생 14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직장 선택 기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는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대기업 계약직’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정규직을 택한 응답은 22%에 그쳤다. 청년 구직자들이 정규직 여부보다 기업 규모와 인지도, 직무 경력 등에 도움이 되는 직장을 더 희망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계약직을 택한 이유도 향후 경력 개발에 집중됐다. 대기업 계약직을 선택한 응답자 1130명 중 68%는 ‘기업 규모와 인지도가 이후 경력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15%는 ‘업무 수준이나 배울 점이 더 많을 것 같아서’, 9%는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어서’였다. 반면 ‘복지·근무환경이 더 좋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은 8%에 그쳤다. 대기업 계약직을 임시직으로 판단하기보다 취업 시장에서 높은 가치로 활용할 수 있는 경력 자산으로 여기는 셈이다.

첫 직장을 신중하게 고르는 분위기도 확인됐다. 52%는 첫 직장을 선택할 때 ‘원하는 곳이 아니면 기다린다’고 답했다.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하면 간다’는 응답은 40%였다. ‘조건에 관계없이 일단 붙으면 간다’는 응답은 8%에 그쳤다. 취업난에도 10명 중 9명 이상이 첫 직장을 고를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조건을 고려하는 것이다. 입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연봉(41%)이 꼽혔고 성장 가능성 및 직무 경험(22%), 기업 규모·인지도(13%) 등의 순이었다. 고용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7%에 불과했다.

● “대기업-중기 임금 격차 더 벌어졌다는 뜻”

보상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진학사 캐치가 취업준비생 1577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보상 구조’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가 ‘연봉 4000만 원에 실적에 따라 0∼100% 성과급을 받는 구조’를 선호했다. ‘연봉 5500만 원에 성과급이 없는 구조’를 택한 응답은 40%였다. 당장 고정 연봉이 1500만 원 더 높은 조건보다 성과에 따라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선택한 응답자가 더 많은 것이다.

기업을 선택할 때 보상 제도도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82%는 기업을 선택할 때 보상 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기업이 좋은 실적을 냈을 때 희망하는 가장 이상적인 보상 방식은 ‘성과급 지급·확대’가 59%로 가장 많았다. 성과급 배분 방식도 49%는 ‘성과에 따른 차등 배분’을, 34%는 ‘기본 금액은 균등하게 지급하고 추가 금액은 성과에 따라 차등 배분’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전체 응답자의 83%가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급 방식을 희망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고액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구직자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봉뿐만 아니라 실적이 좋았을 때 임직원에게 수익을 나누는 보상 체계가 ‘첫 직장은 대기업’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보다 대기업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다른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대기업 계약직을 선호하는 현상은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보상 격차가 커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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