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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받은 메타몽이 620만 원…‘종이 카드’에 빠진 어른들[요즘소비]

입력 | 2026-06-15 16:49:00

방송인 강남이 1300만원짜리 포켓몬 카드를 구입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동네친구 강나미’ 갈무리  


어린이들의 놀이 도구로 여겨졌던 트레이딩 카드가 성인 수집가들의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포켓몬 등 인기 캐릭터뿐 아니라 스포츠 스타와 국내 게임·웹툰 지식재산권(IP)까지 카드로 제작되면서 수집과 거래의 범위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2025년 서울 잠실 ‘포켓몬 타운’ 행사에서 한정 배포된 메타몽 프로모 카드. 사진=크림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서울 잠실에서 열린 포켓몬 행사에서 무료로 나눠준 ‘메타몽 프로모 카드’. 국내 한정판 거래 플랫폼에서는 올해 4월 65만8000원에 거래됐고, 카드 감정기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제품은 해외에서 4090달러(약 620만 원)에 팔렸다.

무료로 받은 종이 카드 한 장이 수백만 원짜리 수집품이 된 것이다. 같은 종류의 카드라도 보존 상태와 감정 등급에 따라 가격이 열 배 가까이 벌어졌다.

● 4월 거래액 150배…어른들의 수집품 된 카드

크림 앱 내 TCG(Trading Card Game) 카테고리. 사진=크림 제공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카테고리의 누적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25% 증가했다. 약 57배로 불어난 셈이다.

특히 4월 한 달간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1만5325% 늘어 150배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천만 원에 거래된 카드도 등장했다.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를 피카츄로 재해석한 ‘뭉크 피카츄’ 카드는 지난 3월 크림에서 2363만 원에 팔렸다. 슈퍼마리오의 모자와 멜빵바지를 입은 ‘마리오 피카츄’ 카드도 1390만 원에 거래됐다.

● 국내선 익숙한 한국어판, 해외선 ‘희귀 아이템’

사진=이베이 제공 



인기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팬층과 한정판 카드의 희소성은 트레이딩 카드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인이다.

특히 한국어판 카드는 해외 유통 물량이 적어 희소성이 높게 평가된다. 실제 이베이가 집계한 올해 1분기 한국 판매자의 트레이딩 카드 역직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했으며,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포켓몬 카드 한국어판’이었다.

고가 거래도 잇따랐다. 2012년 발매된 ‘포켓몬 레쿠쟈 EX 프로모 카드 한국어판’은 카드 감정기관 PSA에서 최고 등급인 10등급을 받은 뒤 1만4796달러(약 2260만 원)에 판매됐다.

포켓몬뿐 아니라 한국 게임·웹툰 IP를 활용한 카드도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1분기 이베이 한국 판매자의 트레이딩 카드 매출 상위권에는 ‘승리의 여신: 니케’, ‘나 혼자만 레벨업’, ‘브라운더스트2’, ‘메이플스토리’ 등이 이름을 올렸다.

게임과 웹툰에서 출발한 한국 IP가 카드라는 실물 수집품으로 확장되면서, 해외 팬을 겨냥한 새로운 역직구 상품군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 포켓몬 넘어 손흥민까지…팬심이 가격으로

트레이딩 카드 열풍은 캐릭터 카드에 그치지 않는다. 유명 선수의 사진과 사인, 유니폼 조각 등이 들어간 스포츠 카드 시장도 활발하다.

올해 1분기 이베이 한국 판매자들의 스포츠 카드 매출 상위권에는 마이클 조던과 오타니 쇼헤이, 스테판 커리와 함께 손흥민이 포함됐다.

이 기간 가장 비싸게 팔린 제품은 마이클 조던의 경기복 조각과 사인이 들어간 카드로, 3만7146달러(약 5690만 원)에 거래됐다. ‘손흥민 2018 파니니 프리즘 월드컵 내셔널 랜드마크 카드’도 3851달러(약 590만 원)에 팔렸다.

소비자가 선수나 캐릭터를 응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련 실물 상품을 소유하려는 이른바 ‘팬덤 소비’가 카드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카드 모서리까지 따진다…검수가 만든 ‘가격표’

카드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캐릭터의 인기만이 아니다. 발행량과 제작 연도, 행사 한정 여부, 인쇄 상태는 물론 모서리의 마모와 표면의 미세한 흠집까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시장이 커질수록 카드의 진품 여부와 상태를 판별하는 감정·검수 시스템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PSA와 BGS 등 전문 감정기관은 카드의 진위와 보존 상태를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고 인증번호가 표시된 케이스에 보관한다.

거래 플랫폼들도 관련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이베이는 2024년 고가 수집품 경매 플랫폼 골딘을 인수하고 PSA와 협력해 카드 구매와 감정, 보관, 판매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구축했다. 크림도 자체 검수 시스템을 앞세워 개인 간 고가 카드 거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 “대중적 수집 문화로 확산”…투자 판단은 신중해야

다만 일부 고가 거래 사례만 보고 트레이딩 카드를 안정적인 투자 상품으로 판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카드 가격은 IP의 인기와 발행량, 재출시 여부에 따라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

크림 관계자는 “포켓몬 30주년 등 빅 이벤트와 맞물려, TCG가 마니아들의 전유물을 넘어 대중적인 수집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크림은 앞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검수 역량을 바탕으로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며, 유저들에게 다채롭고 안전한 소비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이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해외 트레이딩 카드를 구매하는 수요가 늘어나며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고, 한국어판에 대한 해외 수집가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며 “트레이딩 카드는 초기 투자 비용과 물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개인 셀러들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품목으로, 새로운 역직구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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